물의 노래

by 이신미

물의 노래


살아가는 것은 물로 풀어지고 스며드는 것이다

눈물처럼 풍상의 엑기스를 길어 올려

뜨겁게 뿌리는 것이다

차갑게 식더라도

분수처럼 역류해 보는 것이다


뿌리를 타고 올라가 숲을 이루고

초우初雨로 내려 싹을 틔우며

팔 하나 떼어 주고

다리 하나 떼어 주고

긴 시간의 머리카락을 풀어헤쳐

낭떠러지로 투신하는 것이다


두물머리 강안개로 집을 지었다가

수분치* 작별의 마을에선 여울 한 바퀴

너는 이 강물 나는 저 지류

통곡의 노래로

인생의 남루를 홍수에 쓸어 담으며

도도히 흐르는 것이다


다 풀어지고 다 스며들어

가장 낮은 곳에 이르면

생명을 잉태하는 양수羊水로 터져보는 것이다



*물이 나뉘는 곳이라는 뜻. 전남 장수군에 수분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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