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와의 연애는 마치 오랜 시간 함께 키워온 한 그루의 나무와 같았다. 중학교 1학년 때, 그녀가 내게 고백했을 때 처음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친한 친구였기에 그 고백이 어떤 의미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를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은 서서히 변해갔고,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묘한 설렘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어릴 적부터 쌓아온 신뢰와 친밀함 위에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나무는 더욱 깊고 견고하게 자랐고, 함께한 수많은 추억들이 그 가지마다 새싹처럼 피어났다. 우린 마치 서로의 세계에 꼭 맞는 조각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가 먼 곳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다가오며, 내 마음속의 나무는 점점 잎을 떨어뜨리는 듯한 슬픔에 잠기게 되었다. 우리의 연애는 자연스럽게 끝나버렸고, 그 무게는 가슴 깊이 눌러앉았다.
친구로서의 우정은 연인으로서의 사랑과는 달랐다. 우정의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면 가지들이 자주 부딪히곤 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사소한 다툼을 겪었지만, 그 상처는 금세 치유되었고 나무는 더 굳건히 뿌리내렸다. 하지만 연인으로서의 사랑은 달랐다. 연애를 시작한 후 우리의 나무는 더 이상 가지들이 부딪히지 않는 듯, 모든 것이 평온했다. 마치 서로를 위한 자리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우리는 다툼 하나 없이 조화롭게 사랑을 키워나갔다. 연인으로서의 나무는 더 이상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줄기처럼 보였다. 그 나무는 어릴 적부터 길러온 신뢰와 사랑으로 인해 흔들림 없이 자랐고, 그 평온함은 우리에게 깊은 안식을 주었다.
하지만, 그 나무가 견고해 보였던 만큼, 그 끝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연애의 끝은 마치 나무가 겨울을 맞이한 듯, 잎사귀가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는 아쉬움과 함께 다가왔다. 그 나무의 뿌리를 우정으로 남겨두려 했던 내 소망은, 사소한 다툼이라는 작은 불씨에 의해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이제는 그 나무가 뿌리째 뽑힌 듯, 첫사랑과의 모든 인연이 끝났다는 현실이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내가 바랐던 것과는 다르게, 오랜 시간 함께했던 추억은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놓여 있었고, 그 생각은 마치 내 마음속에 빈 공간을 만들어 놓은 듯하다.
이제는 공허함만이 남았다. 마치 중요한 부분을 잃어버린 퍼즐처럼, 나의 일상은 완전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 공허함 속에서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은, 첫사랑은 결국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어린 마음으로는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지만, 현실은 그 믿음보다 더 무거웠고,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은 너무 짧았다. 풋풋했던 그 사랑은 나의 첫사랑이었기에 더욱 특별하고, 그 감정은 순수했기에 더 아팠다. 나의 그 사랑은 마치 비 오는 날의 따스한 햇살처럼, 소중하고도 희미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 사랑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그 마음만으로는 모든 걸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어린 시절의 사랑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첫사랑이란 그런 것이란 걸,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하게 느낀다. 그 추억들은 언젠가 내가 다가가면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작은 보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점점 그녀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왔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게 되었다. 우리의 사랑은 끝이 났지만,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그저 추억 속에 머물지 않고, 나 역시 다른 사랑을 찾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그 풋풋함은 여전히 남아있고, 그것이 나를 다시 사랑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었지만,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랑을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그녀 또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서로의 행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나 또한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고자 한다. 사랑이란 결국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의 여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의 풋풋한 감정들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마치 겨울을 지나 척박해 보이던 땅 속에서조차 보이지 않게 움튼 새싹이 어느새 피어나는 것처럼, 내 마음속에도 천천히 새로운 사랑의 싹이 틔어오르고 있음을 느낀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상처 입었던 마음은 조금씩 치유되고, 그 땅 위에 다시 한번 새로운 생명이 자랄 준비를 하고 있다. 새싹은 아직 여리지만, 그 뿌리는 더욱 단단해졌고, 이제는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움과 아쉬움 속에서도, 사랑은 항상 나를 향해 오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고 싶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끝없이 사랑했다. 다시는 너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토록 깊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너, 사랑하는 그녀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