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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석 Sep 29. 2023

금의야행

비단옷을 입고 달밤을 거니는 격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을 하였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함을 지적하는 말일 것이다. 비단옷은 잘한 일을 말하고 달밤은 보이지 않는 상황을 뜻하는 것같다.


이 말은 초한지에 나오는 항우가 "부귀한 몸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錦衣夜行)'과 같아 누가 알아줄 것인가."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에는 열심히 일하고도 스스로 그 성과를 제대로 알리지 못함을 의미한다.


사실,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잘한 일을 일부러 남에게 알리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자화자찬이라든가 자기과시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알리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기업은 廣告(광고)를 하고 행정기관은 弘報(홍보)를 한다. 기업의 광고는 매출과 직결되는 중요한 일임에 이의가 없다. 행정의 홍보 또한 참으로 중요한 일인데 일부에서는 행정기관의 업무 내용을 알리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고 업적과시, 전시행정 등으로 비판하는 것 같다.


행정의 홍보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토목공사로 인한 도로의 우회,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기간을 알려주는 일, 민방위 훈련의 예고, 문화행사의 안내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업단지의 조성계획을 미리 알리는 일은 기업의 장기계획 수립에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고 도로건설계획과 준공 사실을 알리는 것은 物流(물류) 데이타이고 운전자에게 중요한 정보다.


기업 중에도 날씨에 민감한 부서가 있다. 아이스크림 제조회사의 기획실은 내일의 날씨, 주간 일기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예측해서 생산라인을 가동해야 한다. 또 시장도 정보에 빨라야 한다. 주변에 있는 기업의 봉급날은 의류, 식당, 생필품의 매출에 깊은 영향이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기업도 행정기관도 그 방법은 다르지만 광고와 홍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행정기관에는 홍보부서가 있다. 그리고 사업부서에도 홍보 담당자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정해져 있다.


그런데 금의야행을 말하는 것은 사업부서에서는 자신이 비단옷을 입은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가끔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행정의 소비자라 할 수 있는 국민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 때에 알리는 일이야말로 고객중심의 행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홍보 포인트가 중요하다. 고객의 입장에서 정보의 핵심을 제공해야 하는데 행정부서의 기초자료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작성되면 정보의 전달자인 언론인에게 매력을 끌지 못한다. 관행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선입견을 주게되면 좋은 정보가 부실한 자료로 변질된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행정자료와 정보는 당해 기관의 것이 아니다. 이해당사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적기에 소상히 알려져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자료가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신문, TV, 라디오, 인터넷, 간행물 등 필요한 방법을 최대한 연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중앙에서의 지방평가나 도에서 시군의 행정점수를 매길 때 보도성과를 측정하는 것도 행정기관 스스로 홍보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일, 잘한 일들이 많이 알려져야 한다. 잘못된 일을 크게 보도하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잘한 일을 널리 알려주는 것도 사회를 이끌어 가는 힘이기 때문이다.


비단옷을 입고 달밤을 가는 이유가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마음이라면 몰라도 좋은 정보를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이 공유하도록 하는 일은 필요한 것이다. 금의주행(錦衣晝行:비단옷을 입고 낮 길을 간다)을 통해 많은 정보가 교류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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