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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석 Sep 29. 2023

결재에 대하여

“수제지건에 대하여”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수제지건(首題之件)은 공문서의 제목의 건에 대하여 결재를 한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 공무 출장 후 그 결과를 보고할 때는 “의명 현지에 출장하여”라고 시작한다. “명에 의하여” 출장 다녀온 결과를 보고한다는 말이다.


공무원은 물론 모든 조직에는 보고와 결재가 있다. 보고는 자신이 추진한 업무에 대한 결과나 일어난 상황을 윗사람이나 동료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결재는 어느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추진하고자 하는 업무내용을 글로 적어서 필요한 절차를 거쳐 그 조직의 업무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결재에는 전결이 있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서 과장이 최종결재하거나 국장이 결재하는 것이다.


공무원에게 있어서 결재는 더더욱 중요하다. 10여년 전에는 결재판을 집어 던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무자가 올린 문서에 대해 결재권자가 의견을 달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공무원 20년 정도면 한 두번은 겪었을 일이다.


결재방법도 다양하다. 집무실 책상앞에 일어서서 실무자를 마주보며 결재하는 스탠드형, 자신은 소파에 앉고 실무자는 부동자세로 세워놓고 서류를 넘기는 히틀러형, 국장, 과장 전결로 결재를 올려도 자꾸 위선으로 결재권을 올리는 말똥구리형, 싸인부터 하고 검토하는 저돌형, 싸인을 할까말까 망설이는 소심형이 있다.


11월29일 타계한 권호장 전 경기도행정부지사의 결재스타일을 말하라면 좌우대칭형이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검토하고 결재한다. 처음 결재를 받는 직원들은 옆에 앉으라는 말에 어찌해야 좋을지 망설인다. 거듭 앉으라는 권유를 받고서야 자리에 앉는다.


외국 바이어와 상담할 때에는 앞뒤 흔들의자에 앉도록 하라는 말이 있다. 앞뒤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고개를 가로 젓거나 안된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옆에 나란히 앉았으니 검토방법도 편안하고 진지하다. 다양한 각도에서 편안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실무자의 의견을 깊이 있게 듣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공무원들이 권호장 부지사의 타계를 애석해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공무원들의 귀감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되고 공직 선배로서 오랫동안 기억될 인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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