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강석 Dec 31. 2023

새를 잡아요 - 꿩, 참새, 오리

◈ 참새를 잡아요


우선 참새를 잡으려면 폭설이 내린 날을 잡아야 합니다. 새들의 먹잇감이 흰 눈에 감춰진 상황에서 눈을 치우고 멍석을 펴고 그 위에 흰 쌀을 뿌린 후 짚으로 역은 채반을 막대기로 세워놓고 막대 끝에 노끈을 맨 후 방안 창문으로 연결한 다음 새들이 오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온통 흰 눈으로 뒤 덥힌 산마을 하늘을 날던 참새떼가 마당 한가운데 멍석에 뿌려진 먹이를 발견하고 단체로 달려옵니다. 정신없이 쌀알을 쪼아 먹다가 어느 어리숙한 새들이 채반 아래에 있는 쌀알에 욕심을 내고 들어섭니다.


방안에서 이를 지켜보던 동네 청년은 5마리 7마리 정도 단체 참새 손님이 들어와 성찬을 즐기는 순간에 연결된 노끈을 살짝 잡아당깁니다.


마치 시드니에 있는 오페라하우스처럼 들려있던 채반이 내려오면서 7마리중 4마리가 압사합니다. 3마리는 가장자리에 있었으므로 급하게 탈출하여 목숨을 부지합니다.


청년은 달려가서 참새 4마리를 수확하고 다시 채반을 돗단배처럼 세워준 후에 다시 쌀 한줌을 뿌리고 방으로 들어와 잠시 기다립니다.


새머리, ‘새대가리’라고 합니다. 아까 혼비백산 그 참새가 하늘을 나는 드론처럼 먹이를 찾다가 그 마당에 다시 찾아옵니다. 그리하여 2-3시간 이 작업을 반복한 청년과 4살 어린 아이들은 참새 털을 뽑아 대나무 꼬치에 매달아 숯불에 구운 진정한 '참새구이'를 먹고 있습니다.


손은 물론 콧구멍까지 검은 재가 묻어 서로를 쳐다보고 웃으면서 겨울날 추위조차 잊고 즐거워합니다.



◈ 꿩사냥


꿩사냥 실전은 '콩싸이나' 꿩잡기입니다. 재봉틀에 매단 송곳 돌리기로 흰 콩 가운데를 동그랗게 파낸 후 사이나라는 약을 미량 넣은 후 촛물로 봉합합니다.


사이나는 극약이므로 아무에게나 판매하지 않지만 1960년대에는 은밀히 구매가 가능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재봉틀이 있는 집 아들에게만 가능한 싸이나 꿩잡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제조된 싸이나 콩을 이른 새벽 꿩들이 자주 날아와 먹이를 찾는 양지바른 산기슭에 흰 종이를 깔고 콩 3알씩을 놓아줍니다. 그리고 산기슭에 숨어서 꿩이 날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이 작업도 참새와 마찬가지로 추운 겨울날에 먹히는 효과적인 작전입니다. 먹이를 찾아 날아온 꿩은 까투리와 장끼가 있습니다.


까투리는 ♀이고 숫꿩♂은 장끼라고 부릅니다. 농악에서 깃대에 매단 멋진 깃털은 바로 숫꿩 장끼의 꼬리털입니다.


이들이 한겨울 폭설 속에 배가 고픈 차에 맛있는 콩을 발견하고는 잠시 주변을 경계하는 척 하다가 이내 낼름널름 먹어줍니다.


그리고 몇 분 후 스르르 잠이든 꿩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갈 힘이 없습니다. 꿩사이나 사냥꾼들은 즉석에서 배를 갈라 내장을 버리고 바구니에 담아 집으로 돌아옵니다. 물에 푹 삶으면 꿩 탕이고 무쇠칼로 뼈채 다듬어 밀가루 반죽한 피로 감싸면 꿩만두가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꿩 사냥법은 실전을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라는 말씀을 전제합니다. 그런 내용으로 옛날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선 꿩이 모일만한 한적한 산속에 수수깡대로 울타리를 세웁니다. 그리고 꿩의 시선에 잘 보일 것으로 생각되는 남 방향에 5손가락 모양의 나무구조물을 내밀고 흰 장갑을 끼운 후에 먹이로서 쌀이나 콩, 벼 등을 올려둡니다.


4~5일 동안 수시로 가서 먹이를 보충합니다. 아무리 조류머리라고 하지만 새보다 꿩이 몸집이 크므로 뇌의 양도 조금 더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꿩들이 이웃의 친구들을 데려옵니다.


여기 무한리필 回轉(회전) 초밥집이 신장개업하였으니 구경 오라는 傳喝(전갈)을 보냅니다. 꿩들에게도 아마 나름의 삐삐나 시티폰이 있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쓰는 귀족 집안 꿩집 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인근 근동의 꿩들이 거의 다 모였다 생각될 즈음에 본격적인 꿩사냥을 시작합니다. 수수깡대 울타리 안에 직접 들어가 흰 장갑의 나무마네킹 손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직접 내 손에 흰 장갑을 끼고 먹이를 놓은 다음 밖으로 내미는 것입니다.


이는 흡사 이항복 어린이가 옆집 영감마님이 우리 집 감나무가 자기 것이라 주장하므로 영감님집 창문 창호지를 뚫고 팔뚝을 들이민 후 이 팔뚝이 누구의 것입니까 하고 물은 것과 같습니다.


옆집 영감님 답변은 그 팔뚝은 너의 것이다. 그럼 저의 집에서 영감님댁으로 가지를 뻣은 감나무의 감은 누구의 것입니까? 그것도 너희 집의 것이다.


뭐 이런 스토리인줄 압니다. 그리하여 수일동안 먹이를 먹어온 꿩들은 의심없이 내가 내민 손바닥에 날와 먹이를 먹습니다.


이때 와락 다리를 잡아 안으로 끌어들인 후 다시 먹이를 올린 손을 밖으로 내밀어 두 번째 희생 꿩이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 물오리 잡기


가창오리떼가 군무의 멋을 보여줍니다만, 과거에도 저수지에 오리떼가 날아왔습니다. 사람팔자 뒤훔박 팔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박이란 풀섭이나 젖은 지붕위에서 영그는 호박보다 단단한 열매를 말합니다. 박은 흥부놀부전에 나오기도 하는데요, 한여름을 지내고 가을에 그대로 굳어지면 하늘을 본 반쪽은 뽀시시하고 바닥에 눌린 쪽은 쭈구렁하고 검버섯이 가득합니다.


할아버지께서는 흰쪽면과 검버섯면이 나뉘도록 갈라 말려서 바가지 제품을 완성하게 되는데 이때 뽀시시한 쪽은 하회탈이나 조각품의 소재가 되고 최소한 물바가지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검버섯면은 좀 수준 낮은 분야로 배속되거나 박터지기 게임의 희생양으로 팔려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사람 팔자를 뒤훔박 팔자라 합니다.


남편을 잘 만나고 못 만나고, 아내를 잘 만나고 못 만나고, 사장을, 상사를, 동료를, 후배를, 그 누구를 어찌 만나느냐에 따라 본인의 팔자가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우연히 만난 사람에 의해 인생의 興亡盛衰(흥망성쇠)가 좌우되는 것과 같이 남편과 아내의 만남이 그들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남녀팔자 뒤훔박 팔자라고 그 대상을 확대하여야 할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리를 잡기 위해 이 뒤훔박 양면에 사람의 얼굴을 그린 후 저수지에 던져 넣습니다. 둥둥 떠다니는 농구공처럼 생긴 뒤훔박이 처음에는 사람인 줄로 알고 오리들이 피하지만, 며칠이 지나 자꾸 접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오리발로 툭툭 치면서 수구놀이를 하게 됩니다.


나중에는 오리 12마리씩 두 편으로 갈라서 찜뽈놀이를 하기도 하고 수상 축구를 하는가 하면 오리 농구, 발야구, 테니스 등 오리들 맘대로 스포츠 종목을 정하여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일주일 정도 익숙하게 만든 후 우리의 주인공들은 아주 긴 나일론 줄을 허리에 매고 뒤훔박 아래를 잘르고 눈구멍을 만든 후 복면가왕 가수처럼 머리에 쓰고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천천히 오리떼가 놀고 있는 중앙으로 이동하면 스스로 움직이는 뒤훔박을 본 오리들이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물갈퀴를 저으며 뒤훔박 앞으로 다가오는 오리 다리를 잡아 준비한 나일론 줄에 엮어 나갑니다. 굴비 엮듯이, 씨레기 묶듯이 한 마리 두 마리 오리를 잡아 엮어 갑니다.


30분이 안 되어 내 뒤에 오리 50마리가 한 줄로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다 같이 상상의 나라에서 오리잡기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코노미#비즈니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