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7급은 실무자이고 시청과 군청의 7급은 차석입니다. 도청 계장은 사무관이고 시청 계장, 구청 계장, 동사무소 사무장은 주사 6급입니다. 영화 7급공무원에서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배우 김하늘과 남자 요원이 현장에서 충돌하는 내용이 참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아마도 정보기관 직원은 7급 공채를 하는가 봅니다. 7급 공채도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9급에서 시작한 공무원이 7급이 되기까지 8급을 거치게 되면 10년 이상 공무원 밥을 먹게 됩니다.
따라서 7급 공무원은 중견입니다. 공직의 기능과 역할, 파워, 단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지 바람 강하게 부는 바다 근처 넓은 강가를 따라 자라는 갈대의 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동차 운전 중 충돌하는 순간에도 사고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고 헬기나 전투기를 주택가를 피해 산으로 몰아 추돌하는 살신성인의 조종사 이야기도 많이 접하게 됩니다.
7급 공무원은 언론과 충돌할 때 어느 지점이 부드러운 재질인가를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적땅껏' 대응하다 안 되면 작전상 후퇴를 하여야 합니다. 戰史(전사)에 정말로 작전상 후퇴가 있다고 합니다.
행정에서도 정말 안 되는 일은 작전상 기권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관장을 인터뷰하러 오다가 대형 교통사고, 산불, 기타 재난상황을 취재하러 가는 바람에 카메라와 취재기자가 오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그날의 운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기관장께는 오다가 취재진 차량이 경미한 접촉사고가 나서 제시간에 오지 못한다 하므로 인터뷰를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고 보고하시기 바랍니다. 때로는 사실대로 보고하는 것보다 '작전상' 후퇴를 하는 것도 요령입니다.
직언이나 사실 보고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9급으로 들어와 7급에 승진하면 다 알게 됩니다. 그것을 몰랐다면 참으로 편안한 보직에서 안주해 왔구나 반성하시기 바랍니다.
동시에 알만한 7급이지만 아직은 젊고 어리니까 원로급 기자에게는 항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연세드신 언론인이 이제 40전의 젊은 7급 직원과 언쟁을 하였다 하면 모양새 빠지는 일이니까요. 제가 7급 중간시점 1989년에 기자실 난동을 피운 사건이 있었지만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6급 승진하여 부서를 옮기자 간사 기자의 권한으로 격려금을 주셨습니다. 아내에게 보여주니 냉큼 받아가서 원피스를 사 입고는 뱅그르르 돌면서 옷 매무새를 자랑하던 모습이 오늘 갑자기 떠오릅니다.
5급이 못하는 일을 7급이 하기도 하고 7급이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은 어려운 일은 고참 6급이 어찌어찌해서 풀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조직에는 9급, 8급, 7급, 6급, 5급이 함께 근무하나 봅니다. 시청 4급 국장은 따로 방을 쓰지만 도청 4급 과장은 부서에 함께하는 이유도 다 소통하라고 그리한다 들었습니다.
공보실에 근무하는 7급 공무원은 조직의 중간에 위치한 축구로 말하면 링커입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중간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만 그렇다고 꼴대앞으로 슛을 날리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맨몸으로 꼴대앞까지 진출했다가 발빠르게 중간지점으로 후퇴하는 전략상 후퇴 전진을 반복하면서 판세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행정에서 7급 공무원이 할 일이 그리도 많습니다.
공직에서 중간 링커가 7급이라면 기업에서는 대리나 부장이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기업의 규모나 홍보실의 역할에 따라 다름이 있겠습니다만 회사에서 자신의 위치가 공무원 7급에 해당한다 싶으면 언론인과 가끔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밀리지 말고 앞서가지도 않으면서 소통하는 전략을 구사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절대로 언론은 어려운 상대가 아니지만 쉬운 대상도 아닙니다. 언론과의 소통에 정답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