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공무원의 넉두리
퇴직한 공무원의 蛇足(사족)
<이하 의식은 생략을 생략함>
국경일이나 정부, 지자체의 행사에서 사회자는 국민의례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 후에 이하 의식은 생략한다고 말합니다.
국민의례는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에 대한 묵념 등이 있습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중요한 내용이지만 행사진행상 사회자는 시간관계상 “이하 의식은 생략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이후에 진행상황을 보면 참석자 소개에는 많은 시간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두 가지 제안을 해 봅니다. 먼저 ‘이하 의식은 생략한다’는 사회자의 멘트를 생략하자는 제안입니다. 송구한 마음으로 이하 중요한 국민으로서의 의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으로서의 의전을 갖추지 못함을 애석하게 여기는 마음은 다 같을 것입니다.
그러니 ‘국기에 대하여 경례!!!’를 한 것으로 의식을 다한 것이라 생각하기로 하고 참석자의 마음 아픈 사회자의 ‘이하 의식은 생략한다’는 말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보면 애국가 1절을 부르고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에 대한 묵념을 해도 9분 이내에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다면서도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기관단체장 소개에 20분이상을 쓰게 됩니다. 그러니 절대로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 선거직 소개인사, 기관단체장 참석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 대신에 자막으로 알리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자신의 이름이 공공장소에 게시되는 것이 사회자의 호명으로 불리우는 것보다 더 의미었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행사장에 갈때마다 4년, 8년동안 소개를 하는 국회의원, 도의원도 소중하지만 행사에 참석한 시민은 더 중요하다는 점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임용장을 주는 의전>
공무원에 대한 임용장을 전하는 행사는 반드시 필요한가 하는 점에서 출발해 봅니다. 기업에서는 게시판에 공지하는 것으로 부서배치를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TV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인사발령은 젊은이들이 사내 현관 게시판 앞에서 웅성거리는 장면으로 인사발령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공직에서 인사발령은 아주 큰 행사이고 기관장의 위엄과 권위를 보여주는 의식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2시간 전에 부르고 1시간 연습을 해서 발령장을 주었습니다. 종이한장 거네는 일에 연습을 해야 한다면 다른 일은 어찌하여야 잘하는 것인가 반문하는 공무원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공직의 인사발령장 교부는 하여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면서 그리하자면 이제는 조금 개선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우선 발령장을 서빙하는 관행은 止揚(지양)하여야 합니다. 커피점의 테이블이 안성맞춤인데요, 여기에 발령장을 올려놓고 시장, 군수, 부시장#부군수 등 발령장을 주는 이가 집어 들고 펴서 당사자에게 전하면 됩니다.
인사과장은 사회 시나리오에서 “임용장, 환경과 지방행정주사보 김 성실! 지방행정주사에 임함. 환경사업소 근무를 명함”이라고 말합니다만 이제부터는 “환경과 김성실 주무관은 6급에 승진하여 환경사업소에서 근무합니다”라고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니, 발령장을 펴서 주는 이와 받는 이가 활짝웃는 사진을 반드시 촬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1977년 초임발령장 사진이 없습니다. 당시에는 카메라가 귀했고 스마트폰은 없었으며 의전상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더랍니다.
<표창을 주는 이와 받는 이>
조회시간에 시민에 대한 표창장을 전하게 되는 경우 사회자의 시나리오에는 “2023~1204호, 표창장, 화성시 남양읍 시청로 159 월드메르디앙 선힐아파트 1201동 1312호, 박성공 님.
위사람은 평소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에 나서는 모범시민으로서 특히 화성시의 코스모스 심기행사에 적극 동참하여 꽃길 조성에 큰 성과를 올렸기에 시민의 날을 맞아 표창합니다.”라고 읽습니다.
이를 조금 개선해 봅니다. “화성시장이 남양읍 박성공님에게 코스모스길 조성 봉사활동에 대한 표창장을 드립니다.”로 바꿔어 보았습니다.
공적내용을 6자로 압축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집 주소나 등재번호 등은 생략하는 것이 어떨까요. 행사 참석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생략하고 필요한 부분만 부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석자 소개>
모든 공무원이 행사장에서 두가지 고민을 합니다. 시장님이 참석하시는 행사인데 참석자가 적을까 걱정을 합니다. 다음으로는 기관장 소개순서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습니다. 추가한다면 누구까지 축사를 해야 하는가도 고민입니다.
우선 다수 시민이 참석하는 것은 중요합니다만 인원이 적을 것 같으면 행사장을 바꾸면 됩니다. 인원이 많아도 야외운동장이나 실내체육관에서는 적어보입니다. 작은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서는 30명도 많아보입니다. 그러니 행사의 성격에 맞는 장소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참석자 소개는 시의원의 순서를 잘 지켜야 합니다. 의장, 부의장, 위원장, 다선의원, 성명 가나다 등 여러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의회에서 제공하는 의원사진과 상임위 배정표가 정답입니다. 이번 행사에 시의원 25명중 5명이 참석했다면 5명의 소개순서는 이미 정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의원님 소개순서에서는 자신이 몇 번째에 호명될까를 아십니다. 하지만 사회자가 무순으로 호명하면 의원님들은 불편합니다. 따라서 호명, 소개순서를 잘 지키도록 주무팀장이 소관 공기관, 민간단체의 사회자 시나리오를 체크해 주셔야 합니다.
국회의원, 도의원이 참석한 행사장에서의 소개순서는 큰 고민입니다. 이 경우는 다선, 연령 등 현장상황에 맞는 순서를 정하시거나 전통적인 관례에 따르시기 바랍니다.
국회의원 3명이 선출된 도시가 있고 2개 시군에서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경우도 있으니 공무원에게는 큰 고민입니다. 국가에서 법으로 순서를 정해주면 좋은 일이겠지만 그리하지 못하는 정치적인 고려, 배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시장, 국회의원, 시의장, 도의원, 시의원 순으로 절충해서 소개하는 방안이 제법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서명서식을 크고 넓게>
면사무소 민원실에서 보게되는 신청서식란에는 늘상 홍길동 (인)이라고 줍니다. 도장을 찍을 자리에 반드시 날인하라는 의미로 받아드립니다. 그래서 민원인들은 대부분 인쇄된 글자위에 도장을 찍습니다. 누락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니 받아들입니다.
다음으로 각종 위원회에 가면 위원 000 (인)이라 되어 있습니다. 이름쓰고 서명할 자리에 (인), (서명)이라 인쇄된 글자가 길을 막습니다. 그리고 각 위원과 위원사이의 간격이 160%인가 해서 아주 좁습니다. 서명이 겹치게 됩니다. 이런 서식이 A4 중간에 작성되고 나머지 부분은 백지입니다.
시원시원하게 넓게 편집을 해 주시고 서명할 부분은 백지로 주시기 바랍니다. 서명할 자리에 (인)이나 (서명)이라 워딩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위원회에 참석하신 분들은 모두가 위원회가 끝나면 서명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아십니다. 모르신다해도 담당자들이 챙겨서 서명을 받게 됩니다.
전에 도단위 을지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지사, 교육감, 경찰청장 등 도단위 기관단체장들이 새벽 비상소집에 응하여 청사로 오시는 날입니다. 대형판넬에 참석자 명부서식을 만들어서 현관에 커다란 테이블 위해 서명하기 편하게 각도를 잡아서 배치하였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매직펜을 드렸습니다.
신나게 서명하시는 모습도 멋지고 그 표정이 매우 흡족해 보이십니다. 간만에 시원하게 이름쓰고 서명을 하시니 기분이 좋아지신 것입니다. 이 판넬은 사진을 찍어서 서류에 첨부하고 다른 용도에 재활용하였습니다.
비록 A4용지이지만 최대한 넓게 작성해서 서명자의 이름과 서명을 시원하게 쓰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정성이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여기에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