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명함으로 살던 청춘을 지내고
어느날 문득 장년의 세월을 맞더니
비온 후 날이 개면 우산을 잃어버리고
맑은 하늘 여우비가 내리면
문득 생각을 멈추곤 한다
매일매일 수만개 뇌세포가 사라지고
매년매해 허벅지 근육이 빠지더니
문득 백팔배가 버겁고
계단이 높아지고 평지에서 비틀거린다
우산없이 와서는 우비를 입고
총명한 뇌세포 한가득이던 머리속에
공상과 상상의 조각들이 어지러하니
아마보 올해부터 떠남을 준비하는가
잊어버리는 것이 늘고
잃어버린 것이 많은 듯하니
영영 어느 해에는
가진 것 모두 반납하고
덩그러니 한몸둥이로 남아서는
반듯하게 누워서
남아있는 모든 이와
존재하는 물체를 두고
먼 길을 떠나려 하는가 보다
우산 잃어버린 것에 아 소리치지만
마음과 생각을 잊은 것에는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천천히 차분히 그날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