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채소 참나물, 실은 파드득.

나물의 맛을 처음 알게 되다.

by 민영

먹어본 적 없는 참나물 씨앗이 마트에 들어왔다.

그저 이곳에서 귀한 '나물'이라는 말에 덜컥 지갑을 열고 뒤늦게 이 녀석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한참을 검색하다 문득 '참나물'이라는 이름은 살면서 들어는 봤지만 실물을 본 기억이 없었다.

어쩌면 산채비빔밥 전문점의 나물 뭉치에 섞여 있었을 듯한데, 수많은 나물 중 무엇이 어떤 이름을 가진 것인지 알지 못했다.


맛과 향이 으뜸이라 '참나물'.

시중에서 참나물이라고 알려진 것은 계량종 파드득 나물이 대부분이고 '진짜' 참나물은 잎모양이 파드득나물보다 더 둥글며 줄기가 자줏빛을 가진 진하고 독특한 향의 나물이라고 했다.

주로 산에서 자라 재배가 어려운 고급 나물에 속해서 미나리 잎을 닮은 파드득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파드득'이라는 말은 이 나물을 씹을 때 '파드득'소리가 나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했다.


생각할수록 이름의 유래도 독특하고, 이름 자체도 독특하고, 이 나물을 먹을 생각을 한 조상님들도 신기했다.


'파드득이라니..'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다 씨앗 봉투에 찍혀있는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니 내가 사 온 '참나물'은 파드득나물과 닮아 있었다.

귀한 참나물대신 오랜 시간 동안 '파드득나물'을 '참나물'로 유통해 왔기에 '참나물'이 맞다는 글들.


본디 이름과는 다르지만 일반적인 대중이 먹는 '참나물'이 내 집에 들어왔으니 열심히 키우면 그만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파종부터 발아까지


참나물은 반그늘과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고, 줄뿌림으로 파종해야 한다.

파종 전에는 하루저녁 물에 적신 키친타월에 씨앗을 불리면 발아율이 높아진다 하여 그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다.


2025년 1월 1일.


배운 대로 키친타월에서 하루동안 몸을 불린 참나물 씨앗을 줄뿌림으로 화분에 심어 주었다.

새해 첫 파종의 주인공이었다.


며칠이나 걸리려나?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화분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기대감만 컸던 식집사의 1월 1일 첫 파종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내 인내심의 한계인 한 달이 지나자 화분 흙을 모두 뒤집어낸 후 다른 채소들의 씨앗을 파종했다.

이곳의 온도가 안 맞는 것일 수도 있고, 흙이나 벌레들의 문제였을 수도 있었다.


들깻잎과 마찬가지로 우리 집에서는 발아조차 안 되는 채소이구나 싶었다.


무엇이 되었건 다른 채소들로 눈을 돌려 '참나물 발아 실패 사건'을 잊어야 했다.


다시 12월.

1년을 돌고 돌아 널찍한 화분에 참나물 씨앗을 흩뿌렸다.


연초에 시도했던 것과 반대로 씨앗을 물에 불리지 않았고, 곱게 줄 맞추어 줄뿌림도 하지 않았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화분에 씨앗을 던져두고 가볍게 흙으로 덮어두었다.


다만 처음 시도 때보다 일조량이 적은 곳에 화분을 두고 다시 한 달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빈 화분에 물 주기를 2주.


빼꼼! 작은 싹이 돋아났다.


참나물 싹들이 고개를 들다

시작이 어렵다.


처음 발아가 어려웠지 본잎이 올라온 참나물을 시작으로 뒤이어 대부분의 씨앗들이 발아했다.

그렇게 하나 둘, 화분에 자그마한 참나물 싹들이 올라오더니 이내 참나물의 특징인 세 갈래 잎이 본격적으로 자라났다.


참나물은 어린잎의 진딧물 피해 이외에는 별다른 병충해가 없이 잘 자라났다.

'나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악천후나 병충해에도 강한 듯했다.


참나물의 밑동에는 어린싹이 잎을 돌돌 말고 스크류처럼 올라오는데, 잎사귀가 펼쳐지기 전부터 진딧물이 쉽게 꼬인다.

촘촘히 붙은 진딧물들을 제거하고 찬물 샤워로 헹궈주면, 곧 부드러운 잎을 활짝 펼치며 자라주니 큰 어려움은 없다.


참나물 줄기의 길이가 한 뼘가량 자라나면 밑동에서 새잎들이 비집고 올라와서 화분은 금새 참나물 잎들로 풍성해진다.

성장이 놀랄만큼 빠른 식물이다.

세 갈래 잎을 펼치며 자라나는 참나물


왜 이리 눈치가 보이지?


참나물의 키가 커지고 잎이 많아질수록 고민이 생겼다.

비료를 해야 하나, 분갈이를 해야 하나?

무어라도 해야 할 것 만 같은데 어렵게 발아해서 키워낸 녀석이 다칠까 눈치만 보느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사이 혹시 몰라 2차로 파종했던 씨앗들까지 하나 둘 새싹을 올려대니 먼저 자라났던 잎사귀들 일부를 수확해야 하는 상황까지 닥쳤다.


이마저도 가위가 닿았던 부분이 상하거나 손으로 끊어내다 실수를 할까 봐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상전나물'이라고 개명을 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식물이 자라나고 죽어가는 것은 자연에 맡기 기로해 놓고, 매번 마음 졸이며 인간의 개입을 바라는 식집사가 바로 나였다.



참나물이 날이 갈수록 풍성하게 자라났다.


처음 맛보는 신선한 참나물의 맛


새싹들의 성장을 위해 수확한 참나물들이었지만 어떻게 먹어야 하나 막막했다.

데쳐서 나물을 해야 하나, 무침으로 먹어야 하나?


이 귀한 채소를 허투루 소비하기 싫은데, 무엇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화분에서 키운 참나물을 수확했다.


결국 처음 수확한 참나물은 날것 그대로 맛보고 싶어 무침을 하기로 했다.


두어 번 세척한 참나물을 숭덩숭덩 잘라서 각종 양념을 더해 가볍게 무쳐냈다.


미나리를 먹어도 느껴지지 않던 진한 풀향기가 참나물을 버무리는 내내 부엌에 풍겼다.


참깨를 톡톡 뿌려 멋을 부린 참나물을 식탁에 내고 새로 지은 밥 위에 갓 버무린 참나물 무침을 올리고 크게 한입 왁!


입안 가득 초록의 나물맛과 향이 배어나서 깜짝 놀랐다.


이게 나물향이라는 거야? 여보?

향이 얼마나 진한지 나도 느껴져!


무심하게 밥을 먹고 있던 남편에게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는지 모른다.

간단한 양념으로 가볍게 무쳐낸 참나물이 맛있다.


응원


씨앗 봉투를 들고 한참을 망설였던 기억이 있다.

발아는 할는지, 키우면서 죽이지는 않을는지 늘 행동보다 걱정이 앞서는 식집사다.


걱정을 거두고 강한 생명력을 가진 녀석을 빛 가림이 좋은 곳에 뿌려주니 혼자 자라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확의 기쁨도 안겨주었다.


처음 시도하는 일들의 두려움은 언제나 식물들의 응원으로 잊히는 듯하다.


어설픈 초록 손가락을 가진 식집사의 걱정을 뒤로하고 기꺼이 살아준 참나물과 채소들이 고맙다.

덕분에 새로운 채소들의 파종에 용기를 얻는다.


'참나물도 키워냈는데? 뭘 못하겠어?'


욕심 많고 걱정 많은 식집사 아내를 둔 남편은 매주 개수가 늘어나있는 화분들 사이에서 무심하게 물을 챙기며 아내의 취미생활을 응원한다.


그 보답으로 깍쟁이 같던 채소들이 자라나고 열매들이 열리는 우리 집 화분텃밭.


이번 주말에도 그간 키운 참나물과 여러 채소들을 수확해서 밥을 지어내야겠다.


#식집사 #흙놀이 #취미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