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프라하의 추억
가슴 설레는 썸남과의 시간
지난 편에 이어서....
나와 내 친구, 그리고 썸남은 그렇게 카를교 주변을 한참 동안 걸었다. 당시 7월 초의 프라하는 수많은 관광객을 모두 품고 싶은 듯 너무나 아름다워서 도저히 숙소로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우리보다 한 살 많은 오빠였다.
조용조용한 말투지만 계속해서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장난꾸러기 같은 면도 있었고, 자신의 꿈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는 제법 진지해 보이는 모습도 있었다.
친구는 내가 그 오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오빠도 그랬으려나. 다음 날 오전에 내 친구와 나는 다른 나라로 떠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빠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날 밤이 전부였다.
나는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면서 오빠에게 가깝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었다. 혼자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로선 드물게 그의 몸에서는 은은한 향수 냄새가 풍겼다.
몇 시간을 걸었을까. 우리는 허기가 느껴져서 식당에 들어갔다. 꽤나 규모가 크고 멋진 레스토랑이었다. MBTI에서 파워 J 성격의 친구가 한국에서부터 골라 선택한 곳이었는데, 역시나 현지에서도 유명한 곳이었다. 그런데 서비스는 전혀 친절하지 않았다. 테이블에 앉은 지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식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시간이 좀 지루해서였을까, 아니면 오랜 시간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서로 좀 편해져서였을까. 친구가 갑자기 오빠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했다. "그런데 오빠, 왜 우리한테 같이 밥 먹자고 한 거야?"
이런 상황에선 분명 내가 아니라 오빠가 민망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난 누군가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옆에 있는 내가 어쩔 줄을 몰라한다. 오빠는 조금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지면서 질문이 당황스러운 듯 보였다. 얼굴 표정에선 머릿속으로 대답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는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대답을 했다. "아까 말했잖아. 혼자 여행하다 보니 너무 외로웠고, 그래서 한국인과 대화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그랬더니 친구는 오빠의 대답이 너무나 어이가 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오빠, 카를교에서 우리가 마주친 한국인만 해도 벌써 수십 명은 됐을 거야. 그런데 그중에서 왜 우리에게 말을 걸었는지 물어보는 거야."
썸은 썸을 타고 있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감정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 썸남이 처음부터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언덕길에서 인사하고 헤어진 다음에, 굳이 바로 뛰어와서 다시 말을 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고, 친구도 그것을 눈치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했던 것이다. 나는 오빠의 긴장하는 듯 보이는 표정이 조금은 안쓰러우면서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