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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기문 Apr 26. 2017

김세정을 읊조리다.

시인, 김세정

아프니까 청춘이다. 어릴 때에 성공을 위한 희생은 필수다. 굳이 웃돈을 주고 채광이 좋은 방을 고를 이유가 없다. 그럴 돈도 없다. 20대 때의 햇빛은 사치고, 피해야 할 자외선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반지하, 생애 처음으로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방을 계약했다.


5만 원을 아끼고 10만 원을 아낀다. 인간관계는 당분간 단절을 택한다. 그만큼 내 성공은 빨라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준비했던 시험에서 떨어지고, 곰팡이 핀 나의 반지하방에서는 병을 얻었다. 볕을 쬐고 싶어 졌고, 연락을 끊었던 현우, 미정이, 동진이가 보고파졌다.


수많은 소중한 것들은 오래전부터, 내 곁에 있었다.



명작인 문학은 공감(共感)하게 한다. 마음이란 공간에 발자국을 새겨 놓는다. 애틋해지고, 잠시 생각을 내려놓게 만든다. 피천득 선의 수필이 그랬고, 성석제 선의 단편이 그랬다. 하지만 그런 명작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에게 공감(共感)을 준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 그 공감(共感) 한 연예인에게 받았다. 김세정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진실로 솔직하게, 짧은 글로 표현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비록, 시작(詩作)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 비해 기교는 떨어진다 할지라도, 김세정의 시()는 내게 그때를 생각나게 했고, 지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연예인의 것이라 하여, 아이돌의 것이라 하여 명작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김세


일에 눈이 머니

눈앞에 있는 넓은 바다조차

보이지 않더라


배가 고프니

그제야 나무가 보이고


그제야 물이 보이더라

나중에는


정글에 눈이 가려

일이 보이지 않더라.


 


조용히


명작을 읊조려 본다.


김세정을  읊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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