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말에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제가 근무하던 경찰서로 발령받아 온 후배가 있습니다. 경찰관으로는 다소 어린 나이인 25살에 첫 부임을 받았지만 평소 어른스러운 모습에 금방 친해졌습니다. 당시 그 후배와는 6개월여를 함께 근무하다 제가 다른 경찰서로 발령이 나면서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후배인 '이다솔 경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제(15일) 후배는 휴무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업무가 있어 사무실에 출근했다고 합니다. 일을 끝내고 퇴근하는 길에 저와 함께 근무했던 부서를 방문했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들에게 인사차 방문했던 겁니다. 올해 후배도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기 때문에 작년에 함께 근무하던 선배들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선배 경찰관들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후배는 인천에서 서울까지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강남 순환대로를 진입하기 직전 신호대기 중이었습니다.
차도 옆 인도로 걸어가던 50대 남성이 갑자기 심하게 몸을 떨면서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주취자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뭔가 이상한 감을 느꼈습니다. 보통의 일반적으로 술에 취한 사람과는 다른 모습이었던 겁니다. 평소 경찰관들이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 주취자라 그렇게 느낀 것 같습니다.
위급한 상황을 감지한 후배 경찰관이 인도변 보호대를 뛰어 넘어 달려가고 있습니다(차량 블랙박스)
후배는 신호가 바뀌었지만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비상등을 켜고 바로 차에서 내려 인도 옆 보호대를 뛰어넘어 달려갔습니다.
쓰러진 남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걸었지만, 인기척이 없고 호흡 상태를 확인했으나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남성을 바로 눕힌 뒤 후배는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습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운전자가 현장으로 달려왔습니다. 남성 운전자에게는 후배가 119에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신고한 뒤에는 후배가 도로에 세워둔 차량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뒤쪽으로 이동해 직접 수신호로 차들을 안내했습니다. 특히 현장에 도착하는 순찰차와 119구급대에도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겁니다. 그리고 또 다른 여성 운전자도 현장으로 달려왔습니다. 그 운전자는 편의점으로 뛰어가 생수를 사 왔습니다.
후배 경찰관은 심폐소생술을 하고 다른 운전자는 119신고를 다른 운전자는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함께 달려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마치 과거에 함께 훈련이라도 했던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후배는 그 당시를 회상하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4분여의 심폐소생술 끝에 쓰러진 남성의 호흡이 돌아왔습니다. 그 남성이 안정을 찾고 어느 정도의 대화까지 가능할 정도로 회복했습니다.
후배는 경찰과 소방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 제게 전화했습니다. 제 후배지만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경찰관들은 매년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신고 현장에 소방과 경찰이 함께 출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신고지에서 인접하였을 때 경찰관들이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 경찰관들에게 심폐소생술은 필수입니다.
저도 3년여를 지구대에서 근무하면서 직접 4번의 심폐소생술을 했고 10여 차례 현장을 출동했습니다. 그만큼 심정지에 따른 신고도 많고 신고도 빈번합니다.
요즘은 심폐소생술에 대한 중요성 때문인지 일반인들도 누구나 관할 보건소를 방문하면 실습과 함께 교육받을 수 있습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서울은 도로변에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소도 있습니다. 종로 광화문역 부근 세종대로 버스정류장에도 직접 체험해 보고 실습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교육은 필요합니다.
종로구 세종대로 버스정류장 옆에 설치된 심폐소생술 체험 부스 장면
후배의 조치는 경찰관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분명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 2년차인 후배 경찰관이 당황하지 않고 매우 신속하고 침착하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소중한 시민의 생명을 구조하고, 주변에 있던 다른 운전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조치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을까요. 그런 제 후배가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