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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일 Oct 12. 2024

경찰관인 내가 112신고를 하다 (上)

'택시를 타고 가던중에 음주의심 차량을 발견하고 끝까지 추적하다'

 


새벽 3시 08분.

 

“손님 앞에 차.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 같지 않으세요? 저기 보세요. 차선을 저렇게 넘고, 어~~~, 너무 위험한데요. 어떻게 하죠?”


택시 안, 저는 뒷좌석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 창밖 앞쪽을 쳐다봤습니다.


“그러네요. 진짜 위험해 보여요. 기사님 너무 가까이 붙으시면 2차, 3차 교통사고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험하지 않게 조금 거리를 두시죠”


“저도 택시 운전을 꽤 오래 했지만 저렇게 위험하게 운전하는 건 처음 보네요”


“제가 112신고를 하겠습니다”


지난주 시청 옆에서 야간 철야 근무를 하다 다음날 집안에 일이 있어서 새벽 3시 조퇴를 하면서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한남대교를 넘어 올림픽대로로 들어선 지 채 몇 분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저는 먼저 현재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앞 차량 번호를 확인한 뒤 휴대전화의 ‘112’ 버튼을 눌렀습니다.


사실 경찰관인 저도 범죄 의심에 대한 112신고는 꽤 오래전에 했던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절도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신고했던 기억이 마지막입니다.

 



“112 신고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네 고생하세요. 제가 지금 택시를 타고 올림픽대로 위 한남대교서 잠실대교 쪽으로 가고 있는데요. 앞에 차량 운전자가 아무래도 음주 운전 같습니다. 차량 번호가 12가○○○○입니다. 색깔은 회색이고 현대 소나타인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에 차가 어떻게 운전하고 있다는 거죠?”


“두세 개 차선을 지그재그로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넘나들고 있고요. 갑자기 속도를 30킬로미터 이하로 줄였다가 다시 100킬로미터 이상 높이고 급브레이크를 밟고 지금 2분 넘게 계속 뒤에서 따라가고 있는데 택시 기사님께서 먼저 확인하고 승객인 저도 확인했는데 음주 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네, 지금 관할 지구대에서 순찰차는 출동했고요. 출동 중인 경찰관이 전화를 드릴 테니 모르는 전화가 와도 꼭 받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올림픽대로상 한남대교에서 잠실대교 방향으로 음주 의심차량이 주행하고 있는 모습을 택시 안에서 찍었습니다.


112신고 내용을 들으신 택시 기사님께서 제게 질문합니다.


“아니, 손님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고 간단하게 조목조목 답변하세요. 나는 가끔 승객 때문에 신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막상 말하려고 하면 꼬이고 안 나오더라고요. 마음만 급했지….”


“기사님. 사실 저도 경찰관입니다. 아침 8시 퇴근인데 집안일로 3시 조퇴하고 집에 가고 있거든요. 죄송합니다. 미리 경찰관이라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어쩐지. 그러셨구나”


“기사님 저는 영동대교 지나서 강남경찰서 쪽으로 빠져야 하는데 앞차가 계속 직전 하면 어떻게 하죠?”


“손님만 괜찮으시면 계속 가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 요금은 계산됐으니, 추가 요금은 받지 않겠습니다. 저도 손님만 내리시면 집으로 들어갈 생각이었거든요. 어떻게 할까요?”


“아닙니다. 그럼, 제가 너무 죄송하죠. 기사님께서는 지금 일을 하고 계산하건대요. 추가 요금은 카드로 내겠습니다. 미터기 끄지 마시고 켜 주세요. 그리고 너무 감사합니다”




그렇게 택시 기사님과 대화가 오가는 사이 현장에서 출동 중인 경찰관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112신고 하셨죠? ○○경찰서 교통경찰관 경사 김 아무개입니다. 지금 어디 지나고 계시죠?”


“네, 지금 청담대교 막 지나서 분당 가는 동부간선도로 올라타고 있습니다. 차량 번호는 정확하고요. 아직도 운전을 너무 위험하게 합니다. 진짜 사고 날 것 같습니다”


“너무 가까이 가시면 위험하니까요. 뒤에서 거리를 두고 가시면 됩니다. 신고하신 분은 어디까지 가시는 길이이죠?”


“저는 본래 목적지가 다른데요. 택시 기사님과 함께 경찰관들 도착하실 때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희도 곧 도착하니까 잠시만 전화 끊지 마시고 위치 좀 확인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3분가량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 주행하는 위치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앞차는 동부간선도로를 빠져나와 위례 신도시 방향으로 얼마 가지 않은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차가 주차를 했고, 50대가량의 남성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검은색 정장에 검정 넥타이를 매고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오는 길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기사님 제가 지금 내릴 건데요.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기사님께서는 차에서 절대 내리지 마시고 차량으로 위협만 좀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112신고 좀 부탁드립니다. 지금 내리겠습니다”




[덧붙이는 말] 10월 16일(수) ‘음주 의심 차량’ 112신고에 대한 결말과 '112신고 때 주의할 점'과 '112신고 요령' 등을 추가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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