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난폭하고 고약했던 겨울이 입춘에 밀려나나 싶었는데, 지독한 미련이라도 남았나 봅니다.
불청객처럼 찾아온 한파 속에서 오늘도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느라 애쓰시는 경찰관님들께 한 잔의 차가 이를 녹여줄 조그마한 온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이 영원할 것 같지만 봄이 오면 눈 녹듯 사라집니다. 경찰관님들 파이팅!
202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익명의 시민 올림
며칠 전 종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 옆 어느 카페 유리창에 붙어 있던 글귀입니다. 처음에는 글을 보고 가게에서 홍보 목적으로 글을 써 놓은 게 아닌지 의심부터 했습니다. 순수한 마음도 의심부터 하고보는 저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그날 저는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저 글을 남기신 익명의 시민 분께 답장을 드립니다.
기동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입니다. 오늘 날씨를 예상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씀하신 것 처럼 거센 바람과 눈보라가 유난히도 심한 날입니다.
최일선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근무할 때는 작은일에도 보람있을때가 꽤 자주 있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르신께 단 몇 분 제 팔을 내어주며 함께 횡단보도를 건넌 뒤 천천히 걸어가시는 뒷모습을 보면서도 저는 가끔 보람있고 행복했습니다. 경찰관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였습니다.
그러다 경찰관 기동대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시위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그곳에서 몇 시간씩 듣는 말들은 모두 ‘반대한다’, ‘요구한다’, ‘촉구한다’, ‘없애자’, ‘거부한다’와 같은 부정적 표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난 1년을 그렇게 지냈습니다.
최소한 몇백 시간을 아무런 감정 없이 들었습니다. 경찰관은 더욱이나 그래야 했습니다. 가끔은 시위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들을 향한 말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다 나쁜말이었습니다. 그럴때는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해주신 단 몇 마디 덕분에 지난 1년의 경찰관 기동대 근무가 좋은 추억으로 마무리 될 듯합니다.
이제 곧 다시 일선 현장으로 발령이 날 듯 합니다. 익명의 시민분께서 보내주신 마음이 헛되지 않게 잘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 2. 14. 경찰관 기동대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