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기
2025년 말부터 2026년 목표를 취업하기로 세웠다.
그동안 막내딸이 초등학교 들어가는 순간부터 6년간 전업 주부 생활을 했다. 이제 아들도 대학에 들어가고 막내딸도 중2가 되어서 손이 좀 작게 간다. 어머님도 주간 보호 센터에 완전히 적응하셔서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 말고는 괜찮아졌다.
내 나이 52살 취업의 문턱을 높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있는 대로 이력서를 넣어보고 두드려 보기로 했다.
막상 이력서를 넣고 보니 내가 했던 일은 사무직 일이라 나이가 많아서 갈 수가 없었다. 8시간 근무하는 걸 찾다 보니 어머님 병원 가는 시간이 걸렸다.
남편에게
"나 내년부터 일 할 거니까 어머님 병원은 자기가 알아서 해"라고 했다.
남편은 "그래도 다는 내가 못 가는 데 같이 해주면 안 돼?"
"안돼! 이제 취업했는 데 병원 간다고 빠지면 회사에서 좋아하겠어. 자기도 연차 쓰는 거 눈치 보인다고 했으면서 나는 신입인데 더 하겠지"
남편에게 선전 포구를 했다.
선전포구는 했지만 종일 하는 일은 퇴근 후 다시 출근해야 하는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어 힘들다. 5시간 정도 일하는 곳 위주로 취업 사이트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오랜만에 써 보는 자기소개서는 기관마다 달라서 어려움이 있었다.
여기저기 제출하고 연락오기를 기다렸다. 생활지원사를 지원했던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수요일에 받았다. 면접날은 월요일이라고 들었다. 주말에 면접 준비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금요일 아침 또 다른 곳에 문자로 면접 보려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필 같은 날로 겹쳤다.
늦게 온 곳으로 전화를 했다. 죄송하지만 면접시간을 늦출 수 있냐고 말도 안 되는 전화를 해버렸다.
'돌아오는 말은 당연히 안됩니다'였다. 그럼 면접 안 가겠다고 해버렸다.
그러고 몇 분에 처음 지원한 곳에서 전화가 왔다.
"OOO님 오늘 면접인데 혼자만 안 오셔서 연락했어요?"
"네 월요일이 면접 아닌가요?"
"금요일인데요 오실건가요?"
"지금 가도 될까요?"
"얼마나 걸리나요?"
"30분요"
"그럼 제일 뒤로 해 놓겠습니다."
일단 뒤에 지원한 곳에 전화를 해서 월요일에 면접을 가겠다고 전화를 했다. 내가 생각해도 황당하다. 안 온다고 했다가 다시 온다고 전화를 하다니...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30분 만에 도착했다. 물론 면접 준비는 하나도 안되어 있었다.
다른 분들은 준비를 했는지 말씀들을 잘했다. 나 혼자만 버벅 거리고 있었다.
면접날짜를 잘 못 듣다니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정신이 나갔다.
결과는 오늘 바로 알려 준다고 했다. 종일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다.
또 다른 면접이 월요일에 있으니 주말에 열심히 준비했다. 이번만큼은 잘해서 꼭 취업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예상 질문을 외웠다.
면접날 준비한 예상 질문은 필요가 없었다. 전혀 다른 질문이 쏟아졌다.
한참 면접을 보고 있는 데 "차 가져오신 분 차 빼주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면접 보는 데 조금 기다려 주면 될 것인데 차 가져온 나도 잘못이지만 순간 면접보다 도중에 차를 빼려 가다니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왔을 때는 면접관들이 기분이 안 좋은 지 나 때문인지 4명에게 "뽑았는 데 내일부터 안 나온다거나 병원 간다고 볼일 있다고 말하면 안 돼요. 일을 쉽게 보지 마세요" 하는 것이다.
면접 보는 동안 혼나는 기분이 들었다.
면접이 끝나고 나오는 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 데 4명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 이대로 헤어질 수 없으니 어디 가서 차라도 한잔해요" 한 사람이 말했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근처에 카페에 가서 2시간을 면접 본 이야기를 했다.
속상해서 그냥 가면 안 된다고 다 풀고 가야 한다며 처음 보는 사람끼리 속 풀이 얘기를 했다. 참 이상한 면접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올 사람이 내정되어 있는 거 같은 생각도 들었다.
두 군데의 면접이 분위기가 너무 달라 기분이 묘했다. 이 쪽 일은 못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12월에 몇 군데 면접을 보고 2026년이 1월이 되었다. 어디든 나를 뽑아 주면 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알바에도 지원을 했다. 샐러드 카페에 면접 보려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면접이라니 벌써 떨렸다. 하루 2시간 주 5일 오후에 하는 알바다. 다행히 내가 마음에 드는지 언제부터 일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내일 당장 하겠다고 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알바지만 늘 새로운 도전은 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6년의 경력 단절은 알바를 시작으로 끝이 났지만 구직활동은 계속할 것이다. 2026년의 취업 시작은 샐러드카페 아르바이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