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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모 Oct 10. 2023

그래도 난 자연이 제일 좋더라

영혼의 안식처

티비,유튜브 보기, 책 읽기, 영화 보기, 좋아하는 사람과 노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난 혼자서 자연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제일 좋다.


집 근처 강변로를 오랜만에 산책했다. 날도 풀리고 낙엽도 떨어지고 딱 걷기 좋은 온도였다. 가을이라 그런지 코스모스들이 무성하게 피어있었다. 코스모스 정원을 이루었다. 참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멋진 광경이었다.

꽃줄기는 얇지만 길게 솟아났다. 코스모스를 이렇게 자세히 본건 처음이었다. 코스모스 꽃잎 색도 자세히 보았다. 빨간색, 흰색, 분홍색 베이스에 꽃잎 끝 테두리만 다른 색도 있고 잎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그라데이션으로 색이 변화하는 꽃도 있었다. 그러데이션 된 꽃들은 같은 모양 하나 없었다. 참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우성과 열성이 생각이 났다. 그땐 그저 문제 푸는 용도로 배웠는데 오늘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것의 의의를 좀 알게 되었다. 멘델도 꽃 색의 경이로운 모습을 보고 감탄해 과학적으로 그 이유를 밝혀낸 것이 아닐까 하고. 예전엔 쉬워서 아님 싫어서 공부 안 했던 내용을 이제 와서 깨닫다니. 이제라도 생각해 보다니. 이러니까 내가 자연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숙사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기숙사 뒤편에는 눈이 탁 틔이는 저수지가 있다. 타지 학교 생활에서 유일하게 내가 누리는 자유다. 영혼의 안식처(?)랄까. 지친 하루 끝을 그곳에서 마무리한다. 여름방학 때 집에 있으면서 그곳이 그리운 적도 있었다. 그만큼 좋아하는 곳이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 벤치에 앉아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좋고 사람들 구경, 강아지 구경하는 것도 좋다. 운이 좋으면 음악 공연도 볼 수 있고 매주 음악 분수쇼도 한다.

저수지를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여름에 연꽃과 연잎이 무성하게 폈었다. 연잎은 굉장히 크고 많이 폈는데 그렇게 큰 연잎은 또 처음 봤었다. 그때 자연의 신비로움을 경험했다. 무지하게 크고 웅장했다.




자연은 그 자리에 계속 머물지만 같은 모습을 띄진 않는다. 매일 가도 매일 다른 모습이 보인다. 그날 날씨에 따라, 지나가는 사람들에 따라, 내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등등. 기분 좋으면 기분 좋은 대로 우울하면 그런대로 또 좋다. 지겨운 하루를 보냈으면 자연이 나를 고생했다고 반겨주는 것 같다. 거의 치유의 과정이다.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종일 함께 있는 시간은 결코 좋지많은 않은 것 같다. 자연에서 놀다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반겨줄 사람이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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