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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모 Jan 02. 2024

언어불통

같은 한국인끼리도 말이 안 통해

여기, 다섯 유형의 사람이 있다.

1.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말이 안 통하는 두 사람.

2.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잘 못 알아 들어도 말이 통하는 다른 두 사람.

3. 서로 알지도 못하고 오래 안 사이가 아닌데도 마음이 통하는 또 다른 두 사람.

4. 침묵을 지키더라도 서로 마음이 통하고 그 상황을 이해하고 그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

5. 이러한 상황들을 보고 겪은 후 글로 써보려는 사람.


대화에서 사용하는 '언어'만 소통 불가의 원인이 아니다. 사용하는 단어의 수준도 문제가 아니다.

언어만으로는 의사소통이 불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더라도 동상이몽이라면 전혀 말이 안 통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순간만큼은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가장 가깝고 자신을 오래 본 사람도 그 상황만큼은 이해 못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외국인을 만나는 경우에; 각자의 모국어를 사용해 말 안 통하는 상황이나, 빈약한 영어로라도 소통하려고 할 때 왠지 모르게 말이 통하는 느낌이 든다. 언어의 통로로 못 간 진심이 마음의 통로로는 전해진 느낌이다.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뿐 아니라 '서로의 진가'를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한 사람이 알아도 다른 한 사람은 남은 커녕 자신의 가치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진가를 아는 것은 서로를 잘 아는 사람도 아닌 자주 보는 사이도 아닌, 별로 알지 못한 사람끼리도 할 수도 있다.


언어가 통하면 뭐 하나. 마음의 문을 닫아 소통이 불가하면 그만인데. 그것은 말이 통한다고 볼 수 없다. 같은 언어를 주고받는다고 할 수도 없다. 말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말은 확실하면서도 애매하다.

말은 어떠한 마음으로 전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다양하게 기능한다.

말은 참 따스하면서도 따가운 존재다.


끝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마음의 문을 여는 방법도 터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어를 열심히 배우면 뭐 하나. 나 스스로 울타리를 쳐서 마음을 받지도 전하지도 못하면 그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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