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이 되어버린 사람에게

by 서현

안녕, 나의 여름아. 이제 초여름이 다가왔어. 왠지 모르게 하늘은 더 파랗게 물든 것 같고 싱그러운 초록 빛 나무들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아 보여. 아무래도 함께할 잎이 생겨서겠지. 그런데, 나와 함께할 너는 어디갔어? 너를 아무리 찾아도 소식 하나를 들을 수가 없어.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나는 사실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어. 무더위가 펼쳐지고 꿉꿉했던 계절을 오히려 미워했던 것 같아. 그런데 너를 만나고는 여름의 정의가 네가 되어서 여름을 좋아하게 되었어. 좋아하고 보니 여름의 빛깔이 무척이나 다채롭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나의 여름이 되어버린 사람에게. 나는 여전히 여름을 기다려. 내가 기다리는 건 그냥 여름이 아니야. 내 여름엔 꼭 네가 있어야 완성되어서 여름이라고 부를 수 있으니, 나는 나의 여름이자, 너를 기다리는 거야. 너를 만나야만 비로소 그 계절을 만날 수 있으니 너를 찾고 있는 거야.

여름아, 여름아. 이렇게 애타게 부르는데도 보이지 않는 여름아. 내가 이렇게 너를 자주 부르는 건 아직도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남아서겠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계절이지만 기다리는 일이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면 나는 오늘도 조용히 널 그리워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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