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아주 깊고 어두운 밤이 무섭다.
그런 날은 밤이 꼭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내 방 밖의 세상은 이 어두운 밤에도 바쁘게 흘러갈 것을 알지만, 왠지 내 방만은 넓고 깊은 우주 속에서 혼자 떠다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수많은 은하계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캄캄하고 끝없이 넓은 우주 속에서 한두 평쯤 되는 좁은 방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
그 좁은 방 안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침대에 납작 엎드려 있다.
이런 날의 밤은 하필이면 지독하게 어둡고 잔인하게 길어서 눈물이 핑 돌고 만다.
이대로 이 캄캄하고 좁은 방에서 평생을 갇히게 되면 어떡하나.
아침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침이 오지 않길 바라던 그 기도가 어드메 닿아서 이루어진 건지 그 아침은 약속한 시간보다 훨씬 늦게 도착한다.
숱한 기도가 무색하게 하늘이 주황색 보라색으로 서서히 물들 때쯤에야 아, 드디어 밤이 끝났구나, 하고 안심하며 눈을 감는다.
오늘은 참 밤이 길다. 이 밤은 언제쯤 끝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