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집안 정리에 한창이다.
이고 지고 살았던 자질구레한 쓰레기들을 모두 버리는 중이다.
내 딴에는 정리를 이미 한 짐들이었는데,
다시 돌이켜보니 쓰레기만 한가득이다.
거추장스러운 짐들을 다 버리고 나니
머리가 한창 가벼워진 기분이다.
내가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책임지는지 명확히 안다는 게 이렇게 홀가분한 기분이구나.
작년 이맘때에 민원을 받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울기만 하던 시기가 지나고
어느덧 다시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됐다.
한참 동안은 죽는 일만을 과제로 남겨둔 노인이 되고 싶었다. 살아나가는 것이 설레지 않았고 살아갈 엄두가 안 났다. 그렇다고 죽을 용기도 나지 않아서 어서 노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도 참 대견한 게, 요즘엔 내일이 기대가 된다.
내일 해야 할 일들을 적어두고 잔다.
앞으로의 내 인생이 궁금하다.
이런 기분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가늠조차 가지 않는다.
아마 또 언젠가 바닥을 기어서 겨우 숨을 쉬는 순간이 오겠지.
다만 이제 나는 안다.
그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결국 나는 다시 두 발로 걷게 되리라는 것을.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다시 고요한 바람이 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