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지는 연습, 필사 / 월든(헨리 데이빗 소로우)

Chapter 3(마지막). 소로우의 맺는말로 시작하는 올해

by 인셍



한 해가 끝났다



매년 새해 아침이 밝으면 거창한 계획을

다이어리에 쓰곤 했지만

올해는 별다른 계획이나 다짐을 쓰지 않았다



뱃속의 아기가 세상에 나온 후의 내 삶은

아직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고,

혹여나 거창한 계획들을 못 이룬 채 1년이 흘렀을 때

육아하는 삶을 그 도피처로 삼을까 봐.



그리고 무엇보다 이젠

이런저런 세부적인 계획보다

방향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월든」의 마지막 챕터 '맺음말'은

올해 출산과 휴직을 앞두고 있는

내 새로운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마운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다






"우리가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얼마나 쉽게
어떤 특정한 길을 밟게 되고 스스로를 위하여
다져진 길을 만들게 되는지는 놀라운 일이다.
내가 숲 속에 산지 일주일이 채 안되어
내 집 문간에서 호수까지는
내 발자국으로 인해 길이 났다.
내가 그 길을 사용하지 않은 지 5,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길의 윤곽은 뚜렷이 남아있다. (...)
마음의 길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세계의 큰길은 얼마나 밟혀서
닳고 먼지투성이일 것이며,
전통과 타협의 바퀴 자국은 얼마나 깊이 패였겠는가!
나는 선실에 편히 묵으면서
손님으로 항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인생의 돛대 앞에, 갑판 위에 있기를 원했다.
나는 이제 배 밑으로 내려갈 생각은 없다. (...)
사람이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는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 그는 과거를 뒤로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을 것이다.
새롭고 보편적이며 보다 자유로운 방향이
그의 주변과 내부에 확립되기 시작할 것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맺음말' 중 (477p)



2025년 하와이 오아후 섬의 어느 해변에서



내가 걷고 있는 인생의 이 길도

결국엔 내가 선택해서 걸어온 길이고,

그 길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의 발자국으로 인해

깊게 패여있다.

다른 길로 가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가던 길을 계속 가던 것은 결국 나였다.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길을 만들며 가는 것은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는 일이므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로우의 담백한 응원처럼

자기 꿈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며

자기가 그리던 바대로

생활하려고 노력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맞게 될 것이다.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어쩌면 이 모든 이야기도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일 테지만

결국엔 나 자신이 내가 그리는 삶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다른 길로 걸어가 보는 수밖에 없다.

묵묵히 걷다 보면 그 방향으로

어느새 깊게 패인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던 길로 가는 것은 쉽다.

관성을 버리고, 타협하지 않고,

새 길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해야만 한다.






"우리는 농장의 나무 울타리를 헐고
돌담이라도 쌓으면
그 후로는 우리의 인생에 한계가 그어지고
운명이 결정된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읍의 서기로 선출이라도 된다면
당신은 이번 여름에 티에라델푸에고에 가는 일은
불가능할 것으로 단정해버린다. (...)
우주는 우리들이 보기보다는 광대한 것이다.
우리는 호기심 많은 선객처럼
우리가 탄 배의 난간 너머로
자주 밖을 내다보아야 할 것이며,
머릿밥이나 만들고 있는 우둔한 선원처럼
항해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구의 반대편은 우리가 서신을
주고받는 사람의 고향일 뿐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맺음말' 중 (471p)



해 질 녘의 하와이 매직아일랜드


정말 저 구절을 읽으면서 뜨끔해버렸다.

우주의 전부가 현재, 여기인 마냥

내가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에서

밖으로 나오기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며,

그 울타리 안이 죽도록 싫다고 외치는 한 사람.

바로 나 자신이다.



울타리 너머 다른 세계는 그저

다른 한 사람의 고향일 뿐인데.

그토록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

밖으로 나가는걸 처음부터 해보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어버리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밖을 내다보고, 나가는 것을 기꺼이, 자주 하다 보면

스스로 만든 이 울타리도 조금씩 허물어질 것이다.



자기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며,

밖으로는 자기 자신이 쌓은 돌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대체로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거짓된 입장에 있다.
천성의 어떤 약함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사정을 지레짐작하고
우리를 그 속에 맞추어 넣어버린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 사정에 처해있으며,
거기서 빠져나오기란 두 배나 어려운 것이다.
정신이 온전할 때 우리는 사실만을,
즉 실제로 존재하는 사정만을 응시한다.
당신이 의무감으로 느끼는 것을 말하지 말고
진실로 내부에서 느끼는 것을 말하라.
어떤 진실도 거짓보다는 낫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맺음말' 중 (484p)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호암미술관



소로우는 마지막 맺는말에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쏟아내 놓았다.

쏟아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까지 비유적으로 알쏭달쏭하게 자연에 빗대어

하고 싶은 말을 했던 소로우는

이 책을 읽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이해하기 쉽도록

맺는말에 선물처럼 남겨놓았다.



농장의 나무 울타리를 헐고

견고한 돌담을 쌓은 사람,

뱃밥이나 만들고 있는 우둔한 선원.

그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더 이상 내가 아닌, 내 것이 아닌 틀에

나를 가두지 않기를,

꾸밈없는 진실로만 행동하기를,

「월든」의 맺음말로 새해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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