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인간의 유한함에 대하여
엄마가 말씀하셨다
"나도 너만 할 때는 그랬는데 눈떠보니 이 나이더라"
엄마만큼 나이를 먹진 않았지만,
매 순간 삶이 지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느낀다
다만, 삶이 나와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나를 지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붙잡고 싶은데, 최선을 다해서 살아내고 싶은데,
"나 먼저 갈게"하고 삶이 그 자리를 지나가면
나는 그 흔적을 더듬어 안간힘으로 쫓아가는 느낌이다
소로우는 월든 호수에서 지내는 2년 동안
대자연의 순환과 영속성을 체험하였고,
이에 비해 인간은 보잘것없이 나약한
유한의 존재임을 깨달았다
동시에, 깊은 내면 탐구를 통해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여
대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어 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소로우의 자연에 대한 세계관과 자기 성찰에 대한
문장을 필사한 노트를 옮겨보려고 한다.
"시간은 내가 낚시질하는 강을 흐르는
물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 강물을 마신다.
그러나 물을 마실 때 모래 바닥을 보고
이 강이 얼마나 얕은가를 깨닫는다.
시간의 얕은 물은 흘러가버리지만 영원은 남는다.
나는 더 깊은 물을 들이켜고 싶다.
별들이 조약돌처럼 깔린
하늘의 강에서 낚시를 하고 싶다.
(...) 나는 태어나던 그날처럼 현명하지 못함을 항상 아쉬워한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하여 살았는가' 중 (151p)
시간은 물 밑의 모래바닥을 보기 전까진
얼마나 흘렀는지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 소중함을 깨달아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두고 야속하다고 말한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내 정신이 흐려지고
순수하게 빛나던 그 무엇이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태어난 날이 가장 현명했다고 말하는
소로우도 그런 자신을 발견해서였을까.
유한세계의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명상을 통해 시간이라는 존재를
초월하려 시도해 보지만
스님 수녀님들에게도
그것이 어려운 일일테니
그분들도 끝없는 고행을 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그저, 순수했던 나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계속 수면 위로 자꾸 끌어올려
빛을 보게 해주는 수밖에...
2025.6.16.
"잠에서 깨어나든 몽상에서 깨어나든,
사람은 그때마다 나침반의 위치를
다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하면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며,
우리의 위치와 우리의 관계의 무한한 범위를
깨닫기 시작한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마을' 중 (258p)
잠에서, 몽상에서 깨어날 때마다
나의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나
나침반을 다시금 눈여겨보기를 권하는 소로우
그렇게 날마다 자기 자신의 나침반을
확인하고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면
정말 현명하고 지혜로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현실은,
알람소리에 겨우 눈을 떠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여
기계적으로 출근하고 기계적으로 일하며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는커녕
오히려 감추고 잃어버리는
매일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의 일이 아닌, 진정 내가 원하는 일
(아직은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을 한다면
매일 아침 깨어날 때마다
나의 나침반을 다시 확인하고 재정비할 수 있을까?
2025.12.8.
"난롯가에서 들로 가는 길은 이제 멀다.
우리가 더 많은 낮과 밤을
우리의 몸과 천체들 사이에
아무런 장벽을 두지 않고 보낸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또 시인이 지붕 밑에서
그처럼 열변을 토하지 않고,
성자가 지붕 밑에서
그처럼 오랫동안 은거하지 않는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숲 생활의 경제학' 중 (52p)
'난롯가에서 들로 가는 길'은
인생의 여정을 뜻하는 듯하다.
내 육체와 정신을 자연, 나아가 세상,
더 나아가 우주의 천체와 장벽을 쌓는 대신
있는 그대로 그것을 느끼고,
그게 두려운 존재라 해도
숨지 말고, 피하지 말자.
온 세상이 나의 일부인 것처럼 그렇게 살면
시공간의 유한함, 그리고 지나가버리는 내 삶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몸과 천체들 사이에
아무런 장벽을 두지 말라는 말에서
심리학자 아들러의 사상을 담은 책
'미움받을 용기'의 더 큰 공동체의
(무한대, 우주 전체, 과거와 미래, 생물부터 무생물)
감각을 느끼고 내가 어떤 형태로든
그 큰 공동체에 존재로서 공헌하고 있음을
자각하며 살아가라는 구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삶이 가끔 나를 내팽개치고
내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누군가는 이 문장들을 꺼내어
잠깐 PAUSE 하고,
인생의 나침반의 위치를 다시 살피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