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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어도 못 사는 한정판,
왜 더 비싸게 팔릴까?"

"'줄 서는 행복'을 판매하는 FOGO 마케팅의 비밀"

by 강준식

[K-브랜드의 생존 공식: 경계 파괴자들] 제4탄


얼마 전 성수동을 지나다가 한 팝업 스토어 앞에서 긴 줄을 목격했다. 2025년 현재 성수동은 글로벌 브랜드부터 인디 브랜드까지 팝업스토어의 메카로 자리 잡았고, 젤리캣이나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굿즈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몇 시간씩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게으른 사람이라 그런지 솔직히 나는 이런 소비자들은 옛날부터 솔직히 공감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줄 서기 현상은 과거 신제품 핸드폰이나 게임기 출시 때와는 본질이 다르다. 과거에는 생산량 부족에 따른 '선착순' 원칙으로 줄을 섰다면, 지금의 현상은 달라졌다. 브랜드는 의도적으로 수량을 제한하고, 소비자들은 그 제한된 물건을 얻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마치 상품 구매를 '경쟁 게임'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덕후'라는 용어도 새롭게 젊은 층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한때 부정적이었던 이 단어는 이제 '열정적인 팬'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자리 잡았고, 젊은 층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브랜드들은 이 심리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함이 아니다. 그들은 '나는 이것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증명'남들은 못 가진 것을 나는 가졌다'는 심리적 우월감을 돈과 시간으로 구매하고 있었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 속에서도 한정판 스니커즈 앞에는 수백 명이 줄을 서고, 리셀 시장에서는 정가의 2~3배를 지불하는 현상은 이 심리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이 현상을 단순한 희소성 전략으로만 보기 어렵다. 여기엔 더 깊은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다.


FOMO에서 FOGO로: '놓칠까 봐'에서 '나만 가져야'로

과거의 마케팅이 FOMO (Fear of Missing Out), 즉 '놓치는 것에 대한 후회'를 자극했다면, 현재의 마케팅은 FOGO (Fear of Missing out on the Good One)로 진화했다. FOGO는 단순히 '놓치는 것'이 아니라, '나만 가지지 못하는 것' 또는 '소수만 가질 수 있는 독점적인 가치(The Good One)'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이 차이는 미묘하지만 결정적이다. FOMO가 '모두가 가진 것'을 놓칠까 봐 두려워하며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면, FOGO는 '소수만 가질 수 있는 것'을 내가 독점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는 심리로 '배타성'을 추구한다.


고물가 장기화와 경기 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은 지출에 신중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특정 영역, 특히 '나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소비에서는 오히려 지갑을 더 쉽게 연다. 이는 '경제적 안정'보다 '심리적 우월감'을 우선시하는 현상이다.


브랜드가 이 심리를 활용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제품의 가격보다 '접근 장벽(Barrier to Entry)'을 높이는 것이다. 새벽에 줄을 서야 하는 피로, 복잡한 응모 절차, 특정 멤버십 등급 요구 등이 그 장벽이다. 이 장벽을 넘는 순간, 소비자는 상품을 '쟁취했다는 성취감'과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심리적 보상을 함께 얻는다.


최근 성수동의 팝업 스토어 현장을 보면, 이 논리가 극명하다. 메이플스토리 월드 투어 팝업 스토어는 사전 예약이 5분 만에 마감되었고, 닌텐도 팝 스토어는 예약 가능한 시간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상품을 얻기 위해 소비자들이 기꺼이 '줄을 서는 시간'을 지불한다. 수백 명이 대기하는 것을 보며 '단순히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감정이 드는 것이다. 이 '시간과 노력의 장벽'이야말로 FOGO 마케팅이 만들어내는 첫 번째,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프리미엄이다.


'구매'를 '경쟁 게임'으로 설계하다

성공적인 FOGO 마케팅은 구매 과정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소비 행위'가 아닌, '치열한 경쟁이 동반되는 게임'으로 설계한다. 이 경쟁을 통해 '정보 독점'과 '배타적 자격'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가치를 판매한다.


1. 리셀 가치 극대화와 투자 심리 유도

리셀 시장에서 정가보다 높게 거래될수록, 브랜드의 희소성과 가치는 공고해진다. 이는 브랜드가 "우리 제품은 소유 그 자체로 자산이 된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소비자에게 '투자 가치'라는 합리화까지 제공하여 고가 구매의 심리적 부담을 낮춘다.


2. '정보 독점'의 가치화

인기 한정판 상품은 구매 과정이 복잡하고, 판매 정보가 비공개 채널(비밀 커뮤니티, 특정 앱 푸시)을 통해 유출되거나 특정 등급에게 선제적으로 제공된다. 소비자들은 이 '희소한 정보'를 얻고 행동하는 능력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며, 이것이 곧 남들과 구별되는 '지위'가 된다.


3. FOGO 마케팅의 대표 사례: 나이키 SNKRS 앱

나이키의 SNKRS 앱은 FOGO 전략의 교과서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출시할 때, 단순 선착순이 아닌 '드로우(추첨)' 방식을 사용한다.

접근 장벽: 앱 다운로드, 계정 생성, 특정 시간 대기 등 '노력'을 요구한다.

경쟁 게임: 수십만 명 중 소수만 당첨되는 치열한 '경쟁'을 설계한다.

심리적 보상: 당첨된 사람은 '선택받은 자'라는 성취감과 즉각적인 리셀 프리미엄이라는 경제적 보상을 동시에 얻는다.

나이키는 이 앱을 통해 고객에게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노력과 운,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열정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배타적 자격을 판매하며 고객의 평생 가치(LTV)를 극대화한다.


FOGO를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건

솔직히 말하면, FOGO 마케팅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감탄'과 '우려'가 섞여 있다. 단기적으로 폭발적인 효과를 내는 건 분명하지만, '피로도'라는 위험성도 내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줄 서는 것에 지치거나, 계속되는 실패에 분노할 경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단발성 이슈를 넘어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1. '노력 대비 보상'의 적절성 및 게임화: 소비자가 기울인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여 '보상(획득)'의 짜릿함이 확실해야 한다. 또한, 가끔은 예측 불가능하게 '작은 보상'을 터뜨려 브랜드 경험을 게임처럼 흥미롭게 유지해야 한다. 게임이 재미있으려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 '프리미엄 경험의 일관성'과 본질적 가치: 한정판 제품이든 기본 제품이든 브랜드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품질과 가치'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한정판으로 유입된 고객이 기본 제품에서도 만족을 느껴야 단발성 소비가 아닌 충성 고객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브랜드의 본질은 '희소성 연출'이 아니라 '제품의 가치'에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소유'에서 '자격'으로, 마케팅의 목적지 변화

FOGO 마케팅은 불안정성 시대의 소비자가 '경제적 안정' 대신 '심리적 우월감'을 추구하는 현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마케터는 더 이상 제품의 장점을 잘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떤 특별한 자격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전략 설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경쟁 심리를 잘 설계하는 것이 곧 'FOGO 마케팅'의 핵심 예술이다.



[전문가의 한마디]

"성공적인 FOGO 마케팅은 '놓치면 후회'가 아닌, '나만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을 팔아 고객의 시간과 감정을 브랜드의 가장 희소한 자산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 전략은 제품의 본질적 가치가 뒷받침될 때만 지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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