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지킨다는 것

2025년 04월 15일 화요일

by 손영호

그 어느 해

거칠고 세찬 비바람으로

벚꽃들이 허무히 사라져 버렸다.


그 비바람이 다시

벚꽃들을 위태로이 흔들고 있었기에

그 자리를 쉽사리 떠날 수 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그칠 줄 모르는 그 비바람 속에

벚꽃들이 잘 견뎌내 주기를 소망했다.


다시 찾아온 화창한 봄날의 아침

허무했던 그 해와는 달리

벚꽃들은 그 자리에서 하늘거리고 있었다.


마치 온유함으로 세상을 감싸는 구름과 같이

더욱 깊고 완벽해진 그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부드러운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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