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9일 토요일
이른 아침, 창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모자를 눌러쓰고, 늘 가던 그 길로 나선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선선한 바람에 때아닌 추위를 느끼며 계속 걷는다.
그렇게 공원을 걷고 있자니 어느새 빗줄기가 굵어져 있었다. 목덜미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모자와 옷이 젖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이 좋았다. 목덜미에 흐르는 그 차가운 느낌이 좋았고, 몸이 젖은 느낌이 좋았다. 나무와 대지 위로 떨어지는 빗줄기가 아름다웠고, 나뭇잎과 내 팔등에 맺힌 빗방울들이 아름다웠다.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지만, 비를 맞고 서있는 나무들과 조금 더 머무르기로 한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자연과 사람, 그리고 자연의 생명을 보고 있자니, 얼굴에 나도 모를 미소가 번진다.
그 미소를 안고 돌아가는 길은 마치 어느 청명한 가을날 기분 좋은 하늘과 구름, 그리고 빛과 바람 속을 걷는 그런 느낌과 같았다.
비와 함께 시작한 오늘 하루, 비를 맞으며 걸을 수 있음에, 빗속에 미소를 지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