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5년을 돌아보며
자신의 정파에 따라 다르게 읽을 책이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마음에 안 드는데 굳이 찾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으니.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고 응원했으며 재임기간 내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보려 조금이라도 애를 써본 사람이라면 무척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영화나 뮤비의 메이킹 필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미국은 백악관을 인수인계하며 편지를 두고 가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조언이나 충고가 아닌, 먼저 그 고됨과 힘듦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함이란다. 이 책은 탁현민이 '청와대'에 두고 오고 싶었던 편지다. 5년 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조금(?) 길지만.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행사들 중 나는 홍범도 장군의 귀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21년 광복절에 맞춰 돌아오신 장군님은 대전현충원으로 가셨다. 누구나 대전현충원에 가서 16~17일 동안 홍범도장군님의 묘역에 참배할 수 있는 행사도 있었는데 제일 먼저 도착해서 첫 번째로 참배한 사람이 바로 내 아들과 딸, 그리고 나였다. (연합뉴스 기사로 아직도 인터넷에 남아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렸으면 문재인 대통령님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었지만 출발하면서 아이들에게는 대전오월드를 놀러 가자 꼬셔서 데리고 나온 터라 만나 뵈질 못했다.(지금은 두 아이들이 이를 두고 나를 매우 원망한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을 붙잡아 두고 대통령님을 만났어야 할 것 아니냐는. 다행히 나중에 평산책방에 가서 뵈었기에 망정이지.)
책을 읽다 보면 티비나 컴퓨터 화면으로 봤던 행사들이 머리를 스칠 때가 있다. 독립유공자분들이나 4.3, 5.18 관련 행사, 군-소방-경찰 관련 행사들이 참 많이 나오는데 당시의 감동과 전율이 되살아나며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차이를 발견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핵심-중심의 역할을 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으나 가장 중요한 자리. 행사의 주인공은 국민의 몫이었다. 그 자리에 초대받아 가신 분이건 티비로 보는 사람이건 내가 주인공이었다. 그게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을 섬기는 방식이었고 역사를 기리는 태도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달랐다. 주인공이 대통령 부부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조연들이고 화면으로 보는 국민들은 엑스트라다. (마치 삼성에서 진행하던 이건희 회장의 생일잔치를 보는 듯하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삼성을 생각한다’ 책을 추천한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방식이나 대통령의 연설문 등에서 그게 묻어난다. 바닥에 깔려 있는 이 태도가 시민들이 함께 모여 분노했던 이유이자 원동력이었다.
안타깝게도 민주주의는 최고의 지도자를 뽑는 정치제도가 아니다. 그 순간 시민들의 선택이 지도자를 정하는 것이고, 그 선택의 결과를 모두가 함께 책임지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선택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 시민들은 12월 3일 밤 맨몸으로 무장한 계엄군에 맞서 국회를 지키고 나라를 구했다. 빛의 혁명은 윤석열을 탄핵하고 이재명을 선택했다. 이재명 정부가 빛의 혁명과 함께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도록, 행동하는 양심-깨어있는 시민으로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