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식사>

흑백요리사를 봤다면 이 책도 한 번쯤?!

by 현장감수성

모든 이야기는 역사로 통한다.

결국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결국 모든 이야기는 역사로 통한다. 1876년부터 2020년까지 정확히는 145년 동안 한반도 사람들은 무엇을 먹었는지 대한제국의 서양식부터 임시정부(일제강점기)를 거쳐 6.25 전쟁과 전후 압축성장시기에 이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누가, 어떤 식재료를, 어째서 먹게 되었는지 이야기 하나하나를 그릇에 담고 전주 한정식마냥 푸짐하게 차려낸 책이다.


감자 놔두고 왜 쌀을 먹을까?

대략 3~5년 전, 트위터(현재는 X)에서 작게 화제가 되었던 글이 있는데 내용은 대략 이렇다. 누군가(A라 하자) 우리 조상님들은 감자, 옥수수, 고구마 같이 재배가 쉽고 편한 구황작물 대신 왜 힘들고 어려운 벼농사를 지었을까, 어리석다는 식으로 글을 올렸다. 그 글에 조목조목 반론하는 글이었는데 내용은 대략 이렇다.

구황작물을 주식으로 하면 위험함(아일랜드 대기근-감자, 북한-옥수수를 기억하라.)

벼는 지력을 소모하지 않음.

벼는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뛰어나고 같은 무게일 때 열량도 높음.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은 겨울이 해결해 줌.

설명이 군더더기 하나 없고 깔끔하여 보는 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는 후문이다.


삼겹살 먹은지 겨우 50년?!

백 년 식사를 보면 이런 설명으로 가득 차있다.

자몽에는 발암물질이 없다고 선전하게 된 이유.

마라탕이 유행하는 까닭.

1980년대부터 삼겹살 유행이 폭발한 배경.

생존을 넘어 웰빙으로 가는 길에 늘어난 횟집.

콩기름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열린 닭들의 수난시대.

전후 서울에 빈대떡집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까닭.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 일본식 간장 장유가 우리 식탁을 점령하는 이야기.

우동과 소바를 구별하는 여러 가지 기준.

김득련이 핫케이크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 사연.

고종이 최초로 서양 숙녀(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딸)와 함께 즐긴 만찬 속 안타깝고 아픈 역사까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한국 근현대사를 주방으로 옮겨와 손질하고 조리한 다음 예쁜 그릇에 보기 좋고 먹기 좋게 담은 책.


올 겨울에 따끈한 우동을 먹어봤고, 맛있는 회도 즐겨봤다면 이 책도 한 번 읽어보면 어떨까. 음식을 볼 때마다 이야기가 생각날 테니.

작가의 이전글<법고전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