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 사과하지 말라 배우는 학생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받지 못한다.

by 현장감수성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줄게

나는 1983년생이다. 체벌과 두발규제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 대다수 학생이 몸으로 배우게 되는 게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자수해서 광명 찾자.’이다. 대걸레로 유리창을 깨도 친구랑 크게 다퉈도 일단 선생님 앞으로 가게 되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조금이라도 덜 혼났다. 비록 그 이유가 선생님을 진실공방으로 끌고 가지 않아서, 귀찮고 힘든 일 덜어주었기 때문일지라도.

오늘날 대한민국 초등학교 교실에서 사라진 풍경이 하나 있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선생님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친구에게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며, 화해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은 아이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사회성 습득’의 핵심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이 평범하고 일반적이던 교육은 사라졌다.


솔직하게 말하면 100% 네 잘못

그 자리를 차지한 건 법과 원칙, 사실과 거짓만 존재하는 법적 공방의 장이다. 시작은 이른바 ‘교육의 사법화’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이 강화되면서, 교실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다툼이나 갈등조차 ‘학교폭력’이라는 법적 테두리 안으로 강제 편입되었다. 이제 아이들은 잘못을 저지른 순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양심의 소리보다, 변호사와 부모가 일러준 "잘못을 먼저 인정하지 마라."는 지시를 먼저 떠올린다.

법적 논리는 차갑다. 학교폭력 사안으로 신고하여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어떻게든 자신의 과실과 과오를 줄여야 한다. 때린 것도 "팔을 휘두르다가 실수로 제 손하고 그 친구 얼굴이 부딪혔다. 정말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씨X이란 욕설도 "신발이라 말한 것을 잘못 들은 거다. 나에게 원한을 품고 나를 모함하는 건데 정말 억울하다."라고 말해야 한다. 담임교사가 직접 보고 들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현행 학폭 제도는 '모든 것을 다 보고 들은 교사'보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보호자'의 신고가 우선한다. 신고하면 절차대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담임교사는 결국 생활지도를 일정 부분 포기하게 된다.

보호자의 입김 앞에 깃털만큼 가벼운 담임교사의 생활지도

담임교사가 "너 방금 선생님이 바로 앞에서 다 보고 들었어. 그런 말과 행동은 우리 반 규칙에 어긋나고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야. 솔직히 인정하고 00에게 먼저 사과해라."라고 훈계나 훈육(정당한 생활지도)을 했다면? 실제 그 순간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화해로 마무리되었다 하더라도, 보호자는 얼마든지 이에 불복해서 학교폭력 신고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담임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담임교사를 "우리 아이만 미워하고 우리 아이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못된 교사."로 몰아서 그 생활지도를 원천무효 시킬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담임교사가 아이에게 사과를 강요했으니 아동학대로 신고할 예정이다." 한마디 덧붙이면 사안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급선회한다.


아이들에게 거짓말하라 가르치는 꼴

이런 이상한 교실에서 10년이 넘게 지내고 있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다 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솔직히 답하기보다 어떻게든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고 상대방 탓으로 화살을 돌려도,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해도, 선생님이 자신에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결국 우리는 지금 아이들에게 양심을 속이고 거짓을 말하라 가르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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