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플랜 시즌 1&2 리뷰

정피디님 팬이에요

by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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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새 시간이 없어 글을 못 쓰고 있지만 헤비 미디어 컨슈머로서 최근 데블스 플랜 시즌 1과 2를 드디어 봤습니다. 사실 본 지는 한 두달 지났는데, 바로 리뷰를 쓰기가 망설여지더군요. 영화를 보면서도 어떤 아이러니를 마주했을 때의 복잡미묘한 심정이란 설명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연출된 캐릭터와 상황이 아닌 실존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결정에서 오는 모순점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던 탓인지 글로 정리할만큼 정돈된 생각을 갖게 되기까지 소화할 시간이 좀 오래 필요했습니다.


우선, 저의 정종연 피디에 대한 팬심은 상당히 지극한 편입니다. 추리물, 서스펜스,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요소들을 상당히 좋아하는 저로서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연출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의 전작인 대탈출 같은 경우에는 지금도 시즌 1부터 4까지 유튜브에서 항상 정주행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저의 최애작인 여고 추리반 같은 경우에는 수작으로 손꼽히는 시즌 2를 셀 수도 없이 자주 또 많이 돌려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바이벌 류의 프로그램, 이를테면 더 지니어스 같은 프로그램들은 상대적으로 덜 좋아하는 편입니다. 출연자들의 자율성이 높아질 수록 정종연 피디의 연출력의 한계가 명확해진다고나 할까요. 대탈출 초반에도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던 출연자 개인의 무능력을 지적하는 연출이 서바이벌 두뇌 게임 형식에서는 좋은 연출 방법이 아님에는 틀림 없습니다. 출연자 각각을 주인공으로 보고 강자와 강자가 대결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누군가가 명백한 약자처럼 그려지는 순간 그 서사는 공평하지 않을 뿐더러 재미가 없어집니다. 결국 주인공이 우승으로 가는 길에 포진하고 있는 엑스트라 몬스터, 통과 관문 정도로 보이죠. 이번 데블스 플랜에서도 연출만 봐도 승패가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지점을 여럿 발견하고 저는 조금 흥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시즌 1과 2를 비교하자면 명백히 시즌 2에 문제점이 많습니다만, 그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시즌 1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시즌 1에서 가장 화제의 인물은 단연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씨였죠. 매우 이타적이면서도 도전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가졌다 하겠습니다.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의 탈락을 막으면서 공리주의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던 걸로 시청자 사이에 갑론을박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모두는 자신의 우승을 최우선으로 플레이한다'는 서바이벌의 기본 전제에 명백히 반하는 정신이었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궤도 씨의 플레이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플레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출연자들의 말처럼 자신과 대등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강자는 사전에 탈락시키고 자신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탈락할 수밖에 없는 참가자들을 생존시킨다면 결국 결승으로 올라갈수록 궤도 씨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는 것이므로 이 역시 자신의 우승을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본인은 순수하게 공리주의를 외치다가 더 이상 다른 참가자들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멘탈이 탈탈 털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던 만큼 진심이었던 것 같지만...


이는 또한 궤도 씨의 능력 자체가 심하게 뛰어난 데서 오기도 합니다. 게임을 보자마자 필승법을 파훼하는 전략가적인 면모에 더해 사람을 선동해 자신을 '약자'로, 상대편을 '강자'로 프레이밍하는 것까지 같은 참가자들끼리도 궤도 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의지할 수밖에 없는 정도였습니다. 아마, 공리주의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았다면 너무나도 쉽게 우승에 가까워질 수 있었을 거라고 감히 추측합니다. 스스로 발목에 모래 주머니를 붙이는 것처럼 게임을 가지고 놀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강자'의 입장으로 몰려 다수의 반대편에 서야 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수적 열세를 극복할 것인가 하는 큰 과제가 주어집니다. 데블스 플랜 1의 우승자인 하석진 씨가 그 서사를 너무나도 멋있게 완성해버렸죠. 언더독의 반란이야말로 인간 역사 내내 호불호 없이 인기를 구가하는 내러티브이기 때문에 결국 이 프로그램의 진 주인공은 하석진 씨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누구보다 이타적인 빌런과 누구보다 배타적인 주인공이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작진도 예상치 못한 방향이었겠지만, 이미 정석적인 두뇌 서바이벌 게임을 다수 접해본 시청자의 입장으로서는 보기 드문 완성형 스토리였으므로 만족하며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정종연 피디가 공개적으로 궤도 씨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적하며, '우리 프로그램의 패인은 너한테 있다'는 식으로 발언한 겁니다.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이게 참 어이 없는 지점이었는데, 게임의 시작부터 '배신과 거짓말로 얼룩진 우승이라 해도 우리는 박수쳐줄 것'이라며 행동에 제약을 두지 않았다는 면에서 그렇습니다. 제작진이 예상한 바는 서로 거짓말하고 배신하고 사이가 멀어지는 그림이었겠지만 그걸 따라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는 겁니다. 자유롭게 행동할 권리는 부정적인 행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그 자유는 앞으로 이야기할 시즌 2에 의해 침해되었죠. 우선, 특히 시즌 2에서 게임의 허점이 많이 발견됩니다. 히든 스테이지가 너무 빨리 발견될 수 있게 배치한 것이 큰 패착이었습니다. 출연자 모두가 전 시즌을 시청했기 때문에 히든 스테이지의 존재를 모두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반전도 없이 생활동과 감옥동에 각 1개씩 히든 스테이지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큰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감옥동의 시스템이 문제라고 하면 문제였는데, 메인 매치에서 우승을 해도 감옥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 자체가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첫날 감옥에 가게 된 멤버가 거의 끝까지 유지가 되었다는 사실이 감옥동에서는 게임 내 재화인 '피스' 보유량을 역전시킬 뾰족한 수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시즌 2 우승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코멘트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제작진에서 승부에 관여했다는 지점에서 정당한 우승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특정 플레이어를 우승시켜 주기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선택한 플레이어들 같은 경우에야 말로 제작진이 개입했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서바이벌의 대전제, '자신의 우승을 위해 플레이한다'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플레이니까요.


시즌 2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플레이어를 탓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간 정종연 피디에게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그것도 큰 제작비를 들여 이 정도로 여러번 제작해본 예능 연출자는 현재 대한민국에 본인밖에 없습니다. 베테랑 연출자가 출연자를 방패막이로 세우는 건 비겁한 처사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정종연 피디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셨으면 합니다. 출연자들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환경에서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진행할 수 있는 대탈출이나 여고 추리반 같은 예능이 본인에게는 더 어울려 보입니다.


총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악마의 계획인데 악마가 P다.


예능 리뷰도 나름 재밌어서 다음에도 예능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미스터리 수사단 아니면 좀비버스 리뷰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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