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일깨워준 작가의 꿈

- 나의 모든 첫 순간들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

by 올리브

내가 솔직해지는 순간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오늘까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깨닫게 된 하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함을 뒤로한 채, 그 어떤 아름다움도 재미도 흥미로움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 솔직한 마음, 솔직한 시선 없이 글은 써지지 않는다는 걸, 전에는 잘 몰랐다. 언제나 '글을 써야지. 작가가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과 기대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제 조금 느끼고 알게 된 또 한 가지, 글을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걸 이제 알았냐고 누군가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지만, 사실 잘 몰랐다. 그저 생각날 때마다 메모 한 줄, 일기 한 편 적었던 게 내 글쓰기의 고작이었기에.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글은 생각만큼 써지지 않았고, 생각은 생각대로 머릿속을 떠다니는 답답하고 이상한 상태가 오래 계속되었다. 그리고, 오래전 적어두었던 '글 조각'들은 다시 보니 글이라 하기에 너무 부끄러웠다. 누군가 '글쓰기도 근육 키우기와 같다'고 했다. '성실하고 부단한 노력 없이 글을 쓸 수는 없겠구나'하는 생각을 이제야 했다. 그러니까, 이제 나는 시작이다.


첫날의 기억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세상에 태어난 아가의 첫울음, 너와 내가 처음 만났던 시간, 광화문거리를 처음 걷던 날, 첫 출근, 그리고 처음 가본 유럽여행. 생각하면 다시 가보고 싶은 날의 처음도 있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그런 처음도 있다. 이유 없이 출석부로 머리를 맞았던 때가 중1 때였던가? 나는 반장이었고 수업에 들어온 체육선생님은 반 친구들이 떠든다며 '반장이 대표로 맞아야지'하면서 나를 불러 세워서 때렸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서 그때 맞았던 사람이 나였는지, 아니면 다른 친구들이었는지조차 헷갈리지만 그 첫 시간의 충격과 이후 계속 이어졌던 수업시간과 선생님은 그냥 억지의 대명사로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나의 흑역사, 부끄러운 처음도 있다. 사내행사가 있던 날, 방문중국인과의 간담회 시간이었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조선족'은 55개 소수민족 중의 하나로, 대체로 우리말을 할 줄 알기에 중국과 한국 간 행사에서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날도 방문중국인과의 사내간담회 시간에 조선족 통역과 함께 통역을 함께 하려고 나란히 섰다. 아뿔싸! 내가 통역할 차례가 되었을 때, 내가 그에게 "해요?" 하니까, 그가 바로 통역을 해버렸다. 머리가 하얘졌다. '아니 왜?' 나는 내가 하겠다고 "내가 할까요?"하고 물은 건데, 그는 내 한국어를 "你先来吧(먼저 하세요)"로 오해한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조선족 중국인들은 '해요'란 말을 상대방에게 하라는 말로 많이 쓰고 있었다. 나의 '해요'는 의문문이었으나 그가 아는 '해요'는 명령문이었다니... 이 날의 기억은 오랫동안 내 속에 괴로움과 후회로 남아 한 번씩 'replay'를 반복했다.


처음은 언제나 행복한 것도, 그렇다고 늘 불행한 것도 아니다. 행복한 처음은 도드라지지 않지만 마음속에 따뜻함으로 깃들어있어서 때로 잊어버리기 쉽다. 아프고 힘든 처음은 그것이 부끄럽거나 상처를 남기기에 잊을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그리고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고 언젠가는 마지막도 있을 것이다. 지금 살아있는 삶을 살고 있다면, 아직 마지막이 오지 않은 거라면, 누구라도 그 끝에 서기전까지는 계속 나아가야 할 것이다. 비록,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원하던 처음을 맞이하게 될지라도, 힘을 내어 가야만 하는 것이 삶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가 아닐까?


나의 모든 첫 순간들이 브런치를 만나면서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나는 이제 브런치를 통해 처음으로 '작가'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나의 첫 시간이 브런치와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살아오는 동안 내 마음속 어딘가에 꽁꽁 숨겨져 있던 씨앗들이 브런치를 만나면서 새싹으로, 꽃으로 피어나려고 한다. 행복하고, 부끄럽고, 후회되는 나의 모든 첫 순간들이 어쩌면 이미 깨어나고 있었다. 나를 기억하라고, 나를 일으켜서 다시 세워주라고,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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