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마음의 수리법

14화 같은 하루에도 다른 계절이 있다

by 와이즈

매일 아침, 같은 길을 걷는다.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사람들을 스친다.
커피잔은 늘 똑같은 자리에 놓이고, 책상 위 풍경도 달라지지 않는다.
겉으로 보면 하루는 늘 똑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똑같은 하루가, 어떤 날은 따뜻하고 어떤 날은 차갑다.

마음이 봄인 날이 있다.
별다른 일이 없어도 가벼워지고, 작은 바람에도 기분이 설렌다.
커피 향이 유난히 달게 느껴지고, 사람들의 발걸음마저 경쾌해 보인다.
그런 날은 이유도 설명도 필요 없다.
내 안에서 계절이 바뀐 것이다.

여름 같은 날도 있다.
무더위처럼 짜증이 쉽게 치솟는다.
말투가 까칠해지고, 작은 실수 하나에도 땀이 나듯 분노가 번진다.
하루는 길고,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늘어진다.
똑같은 풍경인데도 그 속에서 나는 지쳐버린다.

가을 같은 날은 쓸쓸하다.
창밖 나뭇잎 하나만 흔들려도 마음이 허전해진다.
어떤 이유도 없이 지난 기억들이 떠오르고,
사라진 얼굴들이 불현듯 보고 싶어진다.
일상은 그대로인데, 마음만 과거에 머문다.


겨울 같은 날은 고요하다.
아무 말도 하기 싫고,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슬프다기보다는 얼어붙은 듯 무겁다.
하루가 천천히 흘러가지만, 온통 흑백으로 보인다.
그럴 땐 사람들 틈에 있어도 고립감을 느낀다.

그리고 간혹, 내 의지가 아닌 타인이나 상황, 환경 같은 외부 요인 때문에 마음에 태풍이 불 때도 있다.
가까운 누군가의 말 한마디, 예기치 못한 사건, 피할 수 없는 현실 같은 것들.
그 바람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지만,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그럴 때 나는 애써 바람을 막으려 하기보다, 잠시 흔들리는 나를 그대로 두려 한다.
태풍은 결국 지나가고, 남는 건 내가 어떻게 버텼는가 다.

일상은 단조로운 게 아니라,
내 안의 계절과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함께 하루를 물들인다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마음의 날씨는 늘 변한다.

삶은 결국 사계절을 반복하는 긴 영화다.
우리는 그 안에서, 오늘이 어떤 계절인지 깨닫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계절은 언제나 내 마음에서 시작된다.

바라는 나의 하루가, 곧 나의 계절이 된다.
내가 어떤 눈으로 오늘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하루는 봄빛으로 물들 수도, 겨울의 고요로 잠길 수도 있다.

그러니 소망한다.
내가 맞이하는 오늘이,
어제와 같은 풍경 속에서도 조금 더 따뜻한 계절이기를.
내가 바라는 하루가 곧 나의 계절이 될 수 있기를.


당신의 계절은, 어떤 빛깔인가.

당신의 하루는, 지금 어떤 날씨인가.


우리가 서로의 계절을 알 수는 없지만,

그저 묻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연결돼 있다.

그리고 그 질문 하나가,

누군가의 겨울을 조금은 늦은 봄으로 바꿔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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