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마음의 수리법

22화 재채기, 마음의 흔적

by 와이즈

재채기는 단순히 생리적 반사다. 코의 점막이 자극을 받아 면역체계가 작동하면서 몸이 불필요한 것을 밀어내는 행동. 누구나 하는 흔한 동작이지만,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여기에 의미를 덧붙여왔다.

동아시아에서는 재채기를 하면 누군가 자신을 험담하거나 욕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귀동냥처럼 들어온 탓일까. 재채기가 터질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스쳐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리곤 했다. 회사 동료, 친구, 연인, 잠시 마주쳤던 이들까지. 혹시 내가 실수는 하지 않았을까, 불쾌한 말을 내뱉지는 않았을까. 험담의 대상이 되었다는 생각은 곧 나의 무례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그 순간마다 작은 반성이 뒤따랐다.

그 행동은 스스로 보아도 우스웠다. 기침이나 하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유독 재채기에는 사회적 시선과 도덕적 검열을 덧씌운 셈이다. 하지만 그 우스움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내 존재가 어떻게 말해지고 있을지 두려워했던 것이다. 재채기는 단순히 몸의 반사였지만, 나에게는 사회적 거울처럼 작용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서양, 특히 영국에서는 재채기를 하면 누군가 자신을 그리워한다는 속설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현상인데, 해석은 정반대였다. 험담이 아니라 그리움이라니. 같은 몸짓을 두고 한쪽에서는 혐오를, 다른 쪽에서는 애정을 본 셈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재채기에 대한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혹시 내가 잘못한 건 없을까’라는 반성 대신, ‘어쩌면 누군가 나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따라왔다. 불필요한 방어 대신 조용한 위로가 남았다.

생각해 보면 인간의 해석이란 늘 이와 같다. 같은 사건, 같은 표정, 같은 말이라도 어떤 틀에 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만들어진다. 재채기 하나에도 욕설이 될 수도, 그리움이 될 수도 있다면, 우리가 매일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삶은 사실보다 해석에 더 많이 흔들린다.

재채기를 하면서 한때는 지나간 인연들 앞에 고개를 숙였고, 지금은 그 기억들을 조금 더 따뜻하게 불러낸다. 험담이든 그리움이든, 누군가가 나를 입에 올린다는 사실 자체가 관계의 흔적일 테니까. 그 흔적이 아프든 기쁘든,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조금 더 단단해진다.

재채기는 여전히 불시에 찾아오고, 여전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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