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의 no양심 로맨스) 3편
A는 다음 날 새벽까지 뜬 눈으로 소장에 적힌 내용과 B가 했던 말들을 곱씹었습니다. 분명 B는 A를 사랑했지만, E의 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혼인신고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는데, B와 E 사이에서 태어난 두 번째 아이(B에게는 넷째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는 A와 B가 재혼을 이야기하던 작년에 태어났습니다.
한참 뒤, A의 입에서 불현듯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습니다. 개새끼.
그날부터 B는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고, A의 분노는 점차 커져갔습니다.
며칠 뒤 B의 아버지는 A에게 본가로 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A는 그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소장을 받은 이상 문제는 해결해야 했습니다. B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B의 부모님은 B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회사에 소문만 내지 말아 달라고 A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B의 부모님은 E에게 소송을 취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만약 E가 고집을 꺾지 않으면 A에게 변호사 비용과 위자료를 합쳐 4,000만 원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A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B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A는 차를 갓길에 세운 뒤,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B는 미안하다, 고의는 아니었다고 말하다가 대뜸 E와 이혼하고 반드시 A에게 돌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A는 B에게 ‘야 이 미친놈아!’를 시작으로 분노를 쏟아냈지만, B는 사랑한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E는 두 달이 다 되도록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A는 변호사를 선임해 B가 유부남인지 알지 못했다는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자 E의 변호사는 A가 소장을 받은 이후에도 B를 집에 불러들였다면서, 증거로 B가 저녁 늦은 시간에 A의 빌라로 들어가는 영상을 제출했습니다. 그제서야 A는 자신이 숙직하는 날마다, B가 A의 빌라로 숨어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A는 B에게 한 번 더 찾아온다면 경찰에 스토킹으로 신고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습니다. 그러자 B는 A에게 마지막으로 만나 달라고 애원했고, A는 상간 소송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B의 도움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A는 B로부터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속이고 A를 만났다'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기로 약속하고, B를 만났습니다.
A는 B에게 ‘B가 E와 결혼한 상태에서 A를 5년 동안 속여 만났고, B의 가족들 역시 A를 속였으며, A는 B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안 이후에는 관계를 두절하고, 추가로 만나지 않았다’는 내용을 휘갈겨 적은 종이를 내밀었고, B는 알겠다면서 종이를 챙겨갔습니다. B는 일주일 뒤 A에게 A4용지 5장 분량의 확인서를 전달했습니다. A는 B가 깨알같은 글씨로 작성한 확인서를 읽은 뒤, B가 확인서를 빙자한 연애편지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습니다. B는 A를 사랑해서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고, 아직도 A를 사랑하며, 가능하면 E와는 이혼하고 A와 재결합할 생각이라는 소름 끼치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A는 E와 B의 가정을 깨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B가 준 확인서를 제출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B는 A가 경고한 이후에도 A에게 번호를 바꿔가며 일방적으로 연락을 해왔고, 참다못한 A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B의 부모는 A에게 위로금으로 주기로 했었던 4,000만 원 중 남은 3,000만 원을 주지 않았습니다. E는 재판 중에 B와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했고, A는 더는 B가 써준 확인서를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A는 판사에게 B에게 심각한 스토킹을 당하고 있으며, B가 써주겠다고 약속했던 확인서에는 A에게 일방적인 감정을 고백하는 부적절한 내용이 너무 많아 E를 생각하면 제출하기가 꺼려졌지만, E가 이혼을 결심했다고 해서 제출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E는 A가 자신을 축출하고 B와 결혼하기로 하고 교제했다고 우겼고, B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B는 A와 E의 상간 소송의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