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우리 이혼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이제 당신이랑 못 살겠으니까 이혼하자구.”
“무슨 소리야? 내가 이 나이 먹고 이혼을 왜 해?”
M은 이혼을 하지 않겠다며 우겼습니다. M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숙식은 물론 때때로 돈도 해결해주던 I와 이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내가 하루를 살아도, 당신이랑 더는 못살아. 허구헌 날 빚져오고 때리고 이제 애들한테까지 손을 대는데, 애들이라도 살려야겠어.”
I는 변호사를 찾아가 이혼 사건을 맡겼습니다. 어차피 아이들도 다 컸고, 재산분할 할 만한 것도 크게 많지 않았기에 사건이 빨리 끝날 것을 기대하였습니다. I는 M이 집에서만 사라져줘도 숨이 쉬어질 것 같았습니다.
“네? 그 사람 집에 있을 텐데?”
M은 자신에게 소장이 송달될 것을 알고, 그 뒤부터 소장을 송달받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썼습니다. 그렇게 시일은 계속 흘렀고, I는 점점 시들어갔습니다.
“변호사님,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공시송달로 진행하시죠. 아마 공시송달로 진행하는 거 알게 되면 상대도 소장을 수령할 겁니다.”
예상대로 M은 공시송달 진행을 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바로 소장을 수령하였습니다. 하지만 변론기일에도 이혼을 거부하는 남편의 태도는 여전했습니다.
“저 안 때렸습니다. 경찰신고도 안하고, 진단서도 없잖습니까.”
“그건 자녀들한테 피해가 갈까봐 그런 거지, 원고가 괜찮아서가 아닙니다.”
“증거 있어요? 그리고, 그거 아니면 돈 못 벌어준다고 다 이혼합니까? 사람이 살다보면 사업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그런 거지요. 제가 자본만 더 있었어도 크게 성공했을 겁니다.”
“반복된 사업으로 인한 빚은 전부 원고가 부담했습니다. 현재 원고는 혼자 자녀들을 키우고, 빚까지 갚았는데 유책사유가 있는 피고를 계속 먹여살리고 나중에는 병수발까지 들어야 할까봐 걱정이 많습니다. 피고의 태도를 보면 그렇다고 해도 전혀 원고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낄 것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I의 변호사가 유책사유를 들어 M의 태도를 지적하자, M은 발끈했습니다.
“참내, 드러워서. 이혼? 해주면 될 것 아냐!”
변호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M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이혼을 성립시킬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원고와 피고 서로 이혼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므로, 변론기일을 조정기일로 바꾸어 조서를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M은 아차 싶었으나, 자존심 때문에 뱉은 말을 주워담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사건은 조정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I는 위자료 3천만 원과,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드디어 M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사실인 듯 했습니다. 재판은 보통 서면주의로, 미리 제출된 서면의 내용에 따라 변론기일이 진행되지만 때로는 이렇게 변호사의 대처로 빠르게 사건을 종결지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