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의 최후

첫번째

by 오늘도 안녕

I는 요즘 화병이 나서 죽을 지경입니다. 집에 누워서 밥 해 달라, 옷은 왜 제때 빨아두지 않느냐, 집이 개판이니 청소를 하라며 당당하게 요구하는 남편 M 때문입니다. I의 나이도 60이 훌쩍 넘었건만, 아직도 경제적 자유는커녕, 식당일을 멈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건만 나온 배를 득득 긁으며 이것저것 시켜먹는 남편 M에 대한 분노는 쌓여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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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열심히 일한 남편에게 너무하다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M은 베짱이였습니다. 성실하게 일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마냥 놀면서도 사장님 소리는 듣고 싶은지, 사업병에 걸려 이것저것 손을 대다 매번 실패했습니다. 빚을 져오면 그 뒷수습은 I의 차지였습니다. 말아먹은 사업을 세려면 한 손으로는 턱도 없었기에 I는 식당, 청소 일을 닥치는 대로 해가며 빚을 갚고, 아이들을 키웠습니다. 노후 대비는 당연히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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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베짱이는 주변 사람이라도 즐겁게 하는 재주가 있거나, 피해는 끼치지 않을 텐데 M은 I에게 그런 재미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기는커녕 자신이 돈이 필요할 때, 돈을 주지 않으면 I를 폭행하는 일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혹시 자식이 결혼하는 데 있어, 아빠가 전과자면 해가 될까봐 차마 신고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욱하고 충동적이며,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 I에게 사과하거나 제대로 반성하는 꼴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니, 왜 파전에 해물이 하나도 없어?”

“그냥 먹어.”

“먹긴 뭘 그냥 먹어? 해물을 넣어서 해줘야 할 것 아냐!”

“피곤해 죽겠는데! 해물 없어! 그냥 좀 먹어!”

“이 여자가 미쳤나! 해오라면 해올 것이지,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M은 되지도 않는 트집을 잡아 I를 괴롭혔습니다. 자녀들은 성인이 된 후로 아버지를 말려왔지만, M은 자녀들에게도 폭언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했습니다. I는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앞으로 살날이 길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M과는 10년도, 5년도 더 같이 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없는 살림이어도 저 인간 하나만 사라져주면 살 만 하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I의 화병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엄마, 엄마, 왜 그래?”

“...어우, 모르겠다. 요새 숨쉬기가 너무 힘들고 어지러워.”

“이제 일 그만 하라니까 그러네. 우리가 벌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어. 너네 버는 건 너네가 모아서 살 길 찾아 가야지.”

“혹시 아버지가 그 뒤로 또 빚져온 거야?”

“......”

“갚아주지 말자니까!”

“너희 아버지 들어, 조용히 해...”


아이들은 I가 더 이상 M의 빚을 갚아주지 못하게 하려고 M과 담판을 짓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M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M는 대화를 요구하는 자녀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I는 자신을 위하는 자녀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는 M을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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