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남편의 최후) 2편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했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이혼만은 하지 말자고 빌었고, 아내에게 생각할 시간은 얼마든지 주겠다면서 아내와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갔습니다. 아내는 독박으로 아이를 양육하고, 경제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남편이 없어 행복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한 달에 한 번 아이를 만나기 위해 집에 들렀고, 아내는 그때면 집을 비워주어 두 사람이 실질적으로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었습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직장 생활에 몰두하고, 유사 직종 모임에도 참석하면서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내의 이혼 결심은 변하지 않았고, 결국 아내는 무의미한 결혼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이혼 소송 진행되자 아이를 본다는 핑계로 집에 들어와 아내의 물건들을 뒤졌습니다. 그즈음 아내는 참석한 모임에서 아내의 미모에 반한 어떤 남성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는데, 남편은 이 편지를 보고 아내가 부정행위를 저질렀지만, 자신은 아내와의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재판에 출석해 호소했습니다. 아내는 편지를 준 남성과 어떤 접촉도 하지 않았지만, 이혼만은 싫다며 눈물까지 보이는 남편이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아내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판사는 ‘부부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지는 않았다’라는 이유로 아내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남편은 아내와 합가하겠다면서 더 좋고 넓은 아파트를 매수하여 이사하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부부 사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직접 아파트를 알아보고, 남편과 공동명의로 매수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이혼 청구가 기각된 지 3개월 뒤, 아내는 남편과 살림을 합쳤습니다.
그해 봄은 아내에게도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봄은 지났고, 남편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외박이 잦아졌고, 아내가 받은 아파트 대출금의 이자가 자꾸 연체되었습니다. 아내가 변제 독촉 연락을 받는 날이면 부부는 매번 다퉜고, 남편은 ‘네 명의 대출이니 아예 갚지 않을 수도 있다’라면서 윽박질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샤워하고 나온 남편의 중요 부위 표면에 여러 개의 종기라도 난 것처럼 울퉁불퉁한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아내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남편은 아내와 별거하던 때 상대방의 성감을 위해 수술을 받았다고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아내는 별거 중에 남편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었는데, 남편이 어떤 이유로 수술을 받을 필요가 있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고, 결국 남편이 지인들과 불특정 유흥업소 종사자들과 성관계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성매매 사실을 문제 삼자, 너도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냐면서 아내가 받은 편지를 언급했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이혼하자면서 집을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고, 먼저와 다르게 아내와 아이를 아내의 친정으로 보냈습니다. 다음 날 남편은 이삿짐 센터를 고용해 아내와 아이의 짐을 전부 아내의 친정으로 보냈습니다. 협소한 아내의 친정에는 짐이 가득 들어찼고, 월세 보증금조차 없이 쫓겨난 아내와 아이는 친정에서 짐을 그대로 쌓아두고 불편하게 생활해야만 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행태를 참지 못하고 두 번째 이혼소송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적반하장으로 남편이 하루 먼저 이혼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남편은 소장에 ‘아내는 별거 중에 부정행위를 저지른 유책배우자’라고 주장했고, 아이는 3대 독자라면서 자신이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아이 역시 태어난 이후로 늘 함께했던 엄마와 떨어질 수 없었습니다. 아내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이혼소송에 대응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