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창고

그날 나는 나를 먼저 데리고 나왔다

by 채화김영숙



아무 일도 없었던 날처럼 보였지만
내 안에서는 오래된 줄 하나가
조용히 끊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참는 쪽을 선택하는 게
어른스러운 거라 믿었다.

말하지 않으면
지나갈 거라 생각했고
웃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문득 알았다.
계속 그렇게 살면
내가 사라지겠구나.

그래서 큰 결심은 아니었고
그저
그 자리를 나왔다.

잃은 것도 있었고
편해진 것도 있었다.

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그날 이후
나는 나를 밖에 세워두지 않게 되었다.

아직도 가끔
그때가 맞았는지
스스로에게 묻지만

그래도
나를 데리고 나온 선택만큼은
후회하지 않는다.

#삶의 문장#자기 존엄#마음기록#나를 지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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