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불안
당신 또 괴물이 괴롭히네요
당신을 마비시키고
또 목을 조르고
자꾸 숨 쉴 이유를 빼앗으려 하네요
당신은 알고 있어요
스스로 숨통을 끊을 생각은 없다는 걸
단지 사랑받고픈 거죠
사람으로부터 수혈받고 싶지만
불안하죠
사람은 가변적이고 영원하지 않으니까
스스로 목을 축이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게 너무 안타깝네요
어쩌다 스스로 갈증을 해소할 때도 있죠
그럴 땐 나도 기뻐요
근데 사람을 통해서는
물이 아니라
당신이 좋아하는 탄산음료를
먹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더 달콤하죠
그래서 더 짜릿하죠
하지만 영원히
그것만 마실 수는 없잖아요
그 괴물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려
끊임없이 시도하지만
그런 자신도 보기 싫잖아요
그 괴물,
사실은 불안
몇 년 전 상담사와 함께
그렇게 부르기로 했잖아요
그의 나이는 당신과 같다고
당신 스스로 말했죠
당신이 살아온 만큼
곁에 있었다고
실체가 안 보이고
불쑥 나타나서
어느 순간 사라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