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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30대의 연애를 못해.

연하남만 만나는 30대 여자의 심리

by 삼순이


" 넌 30대의 연애를 못해."

가장 친한 친구가 내게 했던 말이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연애가 다 그게 그거지, ‘30대의 연애’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존재하기라도 하는 걸까?

20대의 연애가 끝나면 30대의 연애를 해야 한다니, 그게 정말 다음 단계의 퀘스트라도 된다는 말인가? 당시의 나는 전혀 몰랐다.


나는 20대 내내 연하남들과 연애를 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나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이었는데, 이상하게 연상남들과 만나면 항상 내가 단두대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만의 ‘체크리스트’가 있는 것 같았다.

그 리스트를 하나씩 점검하듯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결국 어느 지점에서인지 모르게 내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혹은… 나 말고 다른 비교군이 있는 것 같은, 설명하기 힘든 그 불편함.


반면 연하남들과의 사랑은 조금 달랐다.

어떤 한 부분이 마음에 들거나, 나에게 잘해주기 시작하면

10개 중 2개가 맞지 않아도 그냥 다가왔다. 그것도 아주 뜨겁게.


물론 이건 내 편견일지도 모른다.

까다로운 연하도, 진심 어린 연상도 세상에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내 안의 색안경을 벗겨준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정말로.


그렇게 시작된 연하남들과의 연애.

초반에는 행복했다. 편했고, 자유로웠고, 마음이 따뜻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내가 한 살, 또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들과의 관계에 설명할 수 없는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경제관념, 위기대처능력, 사회성…

내가 사회에서 겪는 경험치가 쌓이면 쌓일수록

우리는 조금씩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갔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세 명…

비슷한 이유로 반복되는 이별을 겪다 보니

어느새 나는 30대 중반에 서 있었다.


처음엔 억울했다.

그들은 헤어져도 아직 ‘청춘’이 남아 있었지만,

나는 이제 기회가 마지막 한 번 남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마치 연애시장에서의 남은 시간이 줄어드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각성했다.

그래, 나도 이제 ‘30대의 연애’를 해보자.


앞뒤 안 가리고 마음만 보고 달리던 연애를 그만두고

나도 나만의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몰래, 아주 조심스럽게,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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