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눈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이어진 길 1화

by 작가 설인

나는 혼자 길을 걷지 않는다.
내 옆에는 늘 조용히 걸음을 맞춰주는 존재가 있다.

사람들은 그를 개라고 부르지만,
나에게 그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나의 눈이 되어주는 존재이자,
세상을 함께 건너가는 동행이다.

처음 안내견과 함께 걷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익숙했던 길 위에서도 자꾸 멈춰 섰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몸을 붙잡고 있었다.

하지만 내 손에 전해지는 작은 움직임 하나,
조심스럽게 방향을 이끄는 그 힘이
나를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는 말하지 않지만
언제나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멈춰야 할 순간과,
피해야 할 위험과,
내가 다시 걸어도 되는 타이밍을.

나는 그를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세상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종종 우리를 바라본다.
어떤 시선은 따뜻하고,
어떤 시선은 조심스럽고,
어떤 시선은 아직 낯설다.

가끔은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
그를 만지려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용히 말한다.
“지금은 일하는 중이에요.”

그는 나를 위해 일하고 있다.
누군가의 호기심보다
나의 안전이 먼저인 존재다.

나는 그와 함께 걸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을 혼자 견뎌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되는지.

그는 나에게 길을 보여주고,
나는 그에게 마음을 건넨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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