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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Jul 31. 2024

축령산휴양림에서

파리풀

덥다고 모든 이들이 풀이 죽어가던 일요일,

월요일 휴가를내고 1박 2일로 시원한 계곡을 찾아 청량산 휴양림으로 출발했다.

길가에는 한창 제모습을 자랑하는 참나리들이 키를 키우며 서있다.

연보라색 도라지와 백도라지가 흔들흔들 여름을 즐기고 수국도 마지막 힘을 모으며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축령산 휴양림에 도착하자마자 신바람이 나서 계곡으로 나갔다.

이곳에 온 목적은 계곡과 산을 산책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 목적이다.

짙은 푸름은 싱싱한 청량감으로 오감을 자극한다.

눈은 커지고 코는 더욱 벌렁거려진다.



계곡에 흐르는 물은 어찌나 조잘거리는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수다와 섞여 힘을 얻고 있다.

봄꽃들이 사라진 계곡가에는 물봉선이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있다.

요즘은 물봉선도 귀한 꽃이 되어가는가 보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개모시풀이다.

그 사이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풀이 보인다.

파리풀이다.



어렸을 적 여름날 편상에 누워 깜깜한 밤하늘 별을 쳐다보며 콜록콜록 기침을 해됐던 기억이 난다

기침을 해대는 이유는 연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가 좋은지 식구들 다 모여 조잘거리며 부채질을 하며

그래도 즐거워했던 추억이 소환됐다. 모기 쫓는 연기가 없으면 감히 편상에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낮에는 시꺼먼 똥 파리에 시달리고, 저녁이 되면 모기와의 전쟁을 해야 했던 어린 날의 기억이 났다

내가 시골에 아주 어렸을 적에만 살았는데도 뭐 좋은 기억이라고 그런 것들은 사라지지도 않고 머리에 남아있는지. 바닥에는 밥과 함께 짓이겨진 파리풀을  발라두면 죽은 파리 시체들이 수북이 쌓이곤 했다.

그 뒤 세월이 흐르며

파리들은 천장에 매달린 끈끈이에 시꺼멓게 매달려 죽거나

파리채를  붙잡고 사는 인간들에 의해 죽음을 면하더니 요즘은 보기 힘든 해충이 되어가나 다.


남아 있는 파리들이 있는 한 파리풀은 마지막까지 본래의 역할을 다하려는 듯 아직 남아있다

파리풀은 70여 센티 정도로 자라는 파리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곧게 서지만 사각모양의 가는 줄기 탓에 휘청거리며 줄기  끝에 꽃을 피운다

그늘진 길가나 숲길에 주로 자라고, 포기 전체에 털이 나 있다

잎은 마주나기로  달걀모양이지만 결각이 있다.

꽃은 연 자주색으로 이삭꽃차례는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달리며 밑에서부터 위로 자라 간다.

10~20cm 정도의 꽃차례는 지면서 아래부터 열매가 익어 달린다.

열매는 가는 침모양으로 가지에 붙어 달린다.


  


예전에는 흔하게 보이던 풀이었으나 요즘은 어쩌다 보이는 귀한 꽃이 되어가는 것 같다.

잎과 뿌리에 독성이 있어 파리 잡는 약으로 쓰였지만 벌레 물린데 붙여 해독작용 용도로도 사용했다

어쩌든 독성이 있는 식물이니 꽃이 예쁘다고 만지는 건 피하는 것이 좋다.




#파리풀 #축령산휴양림 #파리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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