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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란 Aug 03. 2023

마중물

    

 

 


 글을 쓴 지 2년 정도 되었다. 글을 쓰고자 노트북 앞에 앉으면 문장이 떠오르고 문맥이 이어지며 고구마 줄기가 올라오듯 문장들이 이어져 글이 된다. 재미있었다.

그래서 내 안에 또 어떠한 보물들이 숨어 있는지 캐내고 또 캐고 싶었다.

그런데 한 달여 동안 이상하게 시도했던 글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그 언저리에 서성이고 있다.

다시 글을 쓰려니 글감이 떠오르지 않고 막막함이 밀려오니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생긴다.

앞으로 평생 글을 쓰기로 작정한 나한테 이런 생각은 바로 떨쳐버려야 한다.

글을 쓰다 보면 술술 잘 써질 때도 있고 슬럼프가 올 때도 있지! 안 써질 때도 있는 건 당연한 거야! 그래야 성장을 하는 거지! 언제나 늘 한결같이 잘 써지는 작가가 어디 있겠어? 인생이 굴곡이 있듯이 모든 일이 다 그런 거겠지, 인생에 고비가 있고 사춘기를 겪고 지나가야 성장하겠지?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준다.           

 그러다 노트북을 켜놓고 무작정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내 안에 생각과 나에게 하고 싶은 모든 말들을 꺼내고 있는 중이다. 보통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친구에게 떠들어 대지만 나 자신에게도 하고자 하는 말들이 있다.


 생각해 보면 10대, 20대 에도 일기를 꾸준히 쓰고 편지 쓰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오빠가 군에 입대했을 때, 편지를 자주 보냈다. 무슨 할 말이 있어 편지를 보냈는지 지금은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그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거 같다.


  요즘 <김중미작가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읽고 있다.  

 6.25 겪은 직후에 인천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부모님의 부재로 인해 고아가 된 아이들을 20대 청년과 초등 동창인 선생님이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 준다. 좌절뿐이고 꿈과 희망도 없었던 아이들의 앞길에 길을 열어주는 두 사람이 함께 돕는 마중물은 두 배가 되어 새 삶을 찾아가는 아이들에게 흐뭇한 감동을 준다. 잘되기를 응원한다.


 강원도 철원 소중한 인연이 만든 최북단 카페가 있다. 혼자 넘어온 탈북청년들을 돌보며 카페를 운영하는 총각엄마가 있다.


 부산의 남서쪽,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 풍요로운 다대포 어촌마을에 한 사람이 마중물이 되어 서점과 카페를 운영한다. 대표는 건강한 자아와 모두를 예술가로 만들어 보자고 말한다. 책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이유와 방법을 제안한다. 각자의 생활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기지에 모여 삶을 나눈다. 대표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서로를 관용하고, 귀를 열어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사랑하고 존중해 가는 법을 배워가길 원한다고 말하며 음악공연과 홈파티를 한다.

다대중학교 학생들과 책을 통해 소통하며 독서모임도 갖는다.     


 인천, 강원도 철원, 부산  곳곳에서 마중물은 마르지 않고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어느 곳에서인지 깊은 물길을 터주고 있는 아름다운 손길이 있을 것이다.


  마중물이 생각이 난다. 지금처럼 수도시설이 있기 전, 펌프를 사용했다. 펌프는 압력작용으로 땅속에 있는 물의 관을 통하여 땅 위로 끌어올리는 기계다. 펌프의 손잡이를 상하로 움직이며 압력에 의해 땅 속에 박혀 있는 관을 통해 지하수를 끌어올린다. 펌프로 물을 쓰고 난 후면 물이 밑으로 쭉 빠져버려서 펌프나 배관 속에 물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물이 필요할 때 한 바가지의 물을 부어주면 물을 끌어올릴 수가 있어 땅 속에 물을 마중하러 간다고 해서 마중물이라 한다.

나는 펌프를 직접 사용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마중물의 소중함을 잘 안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은 펌프를 작동하게 하고 끝없이 솟구치는 샘물을 끌어올리는 원천이 된다는 원리를 알았다. 그래서 마중물을 길어 올리듯 계속 글을 써야 하고 마중물이 될 수 있는 나의 삶 속에 경험과 철학이 바탕이 되어 좋은 글을 쓸 수 있기를 원한다.



23년 8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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