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성벽의 균열, 진짜 진심을 뽑아내다

설탕의 성벽에 찾아온 위기

by 아름이


​차가운 타일 바닥 위로 쓰러진 상대방 위로 가온이 휘두른 황금빛 **슈크르 필레(Sucre filé / 설탕을 실처럼 가늘게 뽑아낸 장식)**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주인공 딸기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치솟은 주방의 열기에 공들여 쌓은 설탕 성벽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진심이 담긴 반죽의 **뽀앙따쥬(Pointage / 1차 발효)**가 채 끝나기도 전에 공든 탑이 무너질 판이었습니다. 딸기는 공포로 얼어붙었고, 그녀의 자랑이던 **하이피치(High-pitch / 고음의 목소리)**마저 목구멍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2. 하니의 외침과 민우의 엉뚱한 등장
​이때 곁에서 숨을 죽이며 지켜보던 하니가 딸기의 이름을 단호하게 불렀습니다.
​하니: "딸기야! 거기서 멈추면 안 돼! 네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저 균열은 네 실력의 한계가 아니라 더 견고한 성을 쌓기 위한 틈일 뿐이야. 네 진심이 담긴 목소리를 다시 들려줘!"
​그 순간, 주방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또 다른 파티시엘 민우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의 한쪽 손에는 뜬금없이 커다란 대파 한 대가 들려 있었습니다.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던 주방에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민우: "딸기, 당황해서 온도를 놓치지 마. 지금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네가 이 빵에 담으려 했던 처음의 온도야. 아, 참고로 이 대파는 이따 퇴근하고 육수 내려고 산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데트랑프(Détrempe / 파이의 기초가 되는 밀가루 반죽)**의 질감을 느껴봐. 네가 포기하면 남는 건 타버린 설탕 냄새뿐이야."
​민우는 대파를 조리대 구석에 툭 던져두고는,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딸기의 반죽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엉뚱한 행동에 딸기는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졌고, 그 덕분에 굳어 있던 손가락 끝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3. 무너진 잔해 속에서 시작된 비행
​하니의 믿음과 민우의 조언은 차갑게 식어가던 딸기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습니다. 딸기는 무너져 내리는 설탕 결정을 맨손으로 받아내며 그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견뎌냈습니다.
​딸기: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가짜로 만들어진 세계는 이 진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겠지만 나는 달라. 진짜 파티시엘의 **카리스마(Carisma / 사람을 끌어당기는 강한 힘)**가 무엇인지 보여주겠어."
​딸기는 무너진 잔해 속에서 더 단단한 설탕 실을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긴장감 넘치는 비트 위로 딸기의 손놀림은 정교해졌고, 주방은 달콤한 바닐라 향과 구수한 반죽의 풍미로 채워졌습니다. 민우는 그 옆에서 리듬에 맞춰 대파로 지휘를 하는 시늉을 하며 딸기의 텐션을 끌어올렸습니다.
​위기는 끝내 딸기를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균열은 더 단단한 성벽을 재건하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오직 딸기만의 목소리로 완성해가는 인생 최대의 비행이, 바로 지금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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