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심장과 황금빛 실의 교차점

부서진 설탕 성벽 위에서 피어난 진심의 목소리

by 아름이

부서진 설탕 성벽 위에서 피어난 진심의 목소리
​안녕하세요. 아름 작가입니다. 저번 주 월요일, 다시 여러분 곁으로 돌아와 인사를 드렸었죠. 다시 마이크를 잡고 펜을 든 그날 이후, 매 순간 여러분과 나누는 이야기가 저에게는 더없이 소중합니다.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쌓아온 저만의 루틴과 진심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시 저만의 목소리로 더 깊고 단단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자신의 진심을 증명해 나가는 주인공 딸기의 순간입니다.
​설탕의 성벽에 찾아온 위기
​차가운 타일 바닥 위로 쓰러진 상대방 위로 가온이 휘두른 황금빛 Sucre filé(슈크르 필레 / 설탕을 실처럼 가늘게 뽑아낸 장식)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주인공 딸기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치솟은 주방의 열기 때문인지 공들여 쌓아 올린 설탕의 성벽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결정들이 서로 밀어내며 형태가 무너져 내리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진심이 담긴 반죽의 Pointage(뽀앙따쥬 / 반죽을 둥글려 진행하는 1차 발효)가 채 끝나기도 전에 공든 탑이 무너질 판이었습니다. 딸기의 손끝은 공포로 얼어붙었고 그녀의 자랑이던 High-pitch(하이피치 / 고음의 목소리)는 목구멍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이때 곁에서 숨을 죽이며 지켜보던 하니가 딸기의 이름을 단호하게 불렀습니다.
​하니: "딸기야! 거기서 멈추면 안 돼! 네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저 균열은 네 실력의 한계가 아니라 더 견고한 성을 쌓기 위한 틈일 뿐이야. 네 진심이 담긴 목소리를 다시 들려줘! 여기서 포기하면 네가 만든 빵의 온기를 누가 믿어주겠어?"
​하니의 응원은 차갑게 식어가던 딸기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습니다. 딸기는 무너져 내리는 설탕 결정을 맨손으로 받아내며 그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견뎌냈습니다.
​딸기: "그래 하니야... 아직 끝난 게 아니야. 가짜로 만들어진 세계는 이 진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겠지만 나는 달라. 이 Détrempe(데트랑프 / 파이 반죽의 기초가 되는 밀가루 반죽)가 완성되는 순간 진짜 파티시엘의 Carisma(카리스마)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지."
​딸기는 무너진 잔해 속에서 더 단단한 설탕 실을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주인공 딸기만의 목소리로 완성해가는 인생 최대의 비행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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