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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and왕 Jan 08. 2025


꽃 상 여

너른 섬돌위에 자리한 상여집

스님의 넉두리처럼 “괜히 왔다 그냥 간다” 며

태연히 문 열고 들어가 꽃상여를 탈수 있을까

 

붉은꽃, 파란꽃, 흰꽃, 노란꽃 어우려진 꽃상여

상여꾼들의 구성진 목소리 위로 덩실 덩실 실리어 가던 하나시

흙담 너머에서 외눈박이 눈으로 지그시 쳐다보던 할매

 

꽃상여 끝머리가 꼬부랑재 넘어갈 때

외눈박이 할매 눈 밑으로 한줄기 눈물이 흐른다.

“잘 가소”

 

하나시 가면 나도 간다 하더만

메주콩 어찌할꼬. 언제가 하나시 제사인고.

물음으로 세월 잡고, 미련으로 나이를 잡는다.

 

요령잡이 선소리 상제 곡소리

처마밑 메주콩도 여물고. 하나시 제사도 오는데

외눈박이 할매는 꽃상여에 몸을 싣고 꼬부랑재를 넘어간다.

너나내나 세상살이 이도 저도 아니다 하더마는

가진 것도, 자식들도, 즐거움도, 괴로움도 놓치기 싫다 한다.

나는 꽃상여를 잘 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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