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arami’s Diary(24)
10월 14일
스리랑카에서 살 집을 찾아다니던 때의 일이다. 인터넷에서 임대 주택을 검색하고 마음에 드는 집에 있으면 정보를 올린 사람(집주인이거나 부동산 업자이거나)에게 연락을 해서 집을 보러 다니고 있었다. 한 임대인은 본인의 차로 직접 나를 데리러 와주었다. 외국인인 나에게 매우 친절했다. 가는 길에 킹코코넛도 사주었다.
집까지 가는 데 30분쯤 걸렸고, 가는 길에 큰 사거리가 있었다. 신호 대기 중에 노파 한 명이 차창을 두드리고 손을 내밀었다. 구걸을 하고 있었다. 집주인은 노파를 외면하며 구걸하는 사람 대부분이 돈을 받으면 밥이 아니라 마약을 산다며 혀를 찼다. 그는 돈을 주지 말라고 했고 나는 뒷자리에 앉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집주인과 주거 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한 말, 거지에게 돈을 주지 말라는 말은 기억하고 지켰다. 이후로도 스리랑카의 마약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몇 차례 더 들었다. 젊은 남자들이 특히 마약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 주변에 마약 문제로 자살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 어느 고등학교 앞 가게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을 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됐다는 이야기 등등.
그러던 어느 날, 한 거지를 만나고 생각을 바꾸었다. 나는 툭툭 안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툭툭은 예의 그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거리에 올 때마다 거의 항상 적선을 요청받는다. 그들의 손은 나의 사적 영역까지 침범하지는 않았다. 그들 허리나 가슴께에서 손을 펼치고 내가 반응하기를 기다렸다. 내가 외면하면 그들은 다른 곳으로 간다. 나는 매번 휴대폰을 보며 그들을 외면했다.
그런데 그 거지는 휴대폰 가까이까지 손을 뻗었다. 나는 기겁을 했다. 불쑥 눈앞에 나타난 손에 한 번 놀라고, 온통 새까만 부르카를 입고 있는 여자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라고, 그 여자가 만삭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 더위에 여인이 저 차림으로 차도 한복판에서 구걸을 하고 있다니. 지금 당장 아이를 낳아도 이상하지 않을 몸으로. 내가 놀라서 우물쭈물 거리는 동안 여자는 다른 차 앞으로 가버렸다.
한 발 한 발 멀어지는 여자를 안타까워하며 주섬주섬 지갑을 꺼냈다. 다행히 여자는 다시 내가 타고 있는 툭툭 앞으로 왔고 나는 얼른 지폐 하나 쥔 손을 내밀었다. 여자는 궁색한 지폐 한 장을 받아 들고 내게 감사를 표했다. 여자가 가고 나서 나는 다시 지갑을 열어 지폐 하나를 주머니에 넣었다. 내가 굼뜨게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동안 내민 손을 거둘까 봐 미리 주머니에 넣어두고 준비를 하고 있기로 했다. 내가 그들에게 준 돈의 얼마간은 마약에 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만 한 푼이라도 누군가에게 요긴한 음식이 된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