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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운 Apr 17. 2021

울릉공항 기공식에 참석, 운 좋게 배가 뜨지 못하다!

내가 2012년에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장으로 근무할 때도 국토교통부는 울릉도와 흑산도에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공항 건설을 시도했었다. 당시 기억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성이 낮아 사업의 진행이 안된 것으로 아는데 2018년 3월 한국공항공사 부사장으로 임명되어 와 보니 양 공항 모두 타당성 문제는 해결이 되고 후속사업 추진을 하고 있었다. 울릉공항이 먼저 설계 작업을 시작한 반면 흑산공항은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건설교통관으로 파견되어 근무하던 중 2008년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의 대표 관광지인 팔라완 군도의 엘니도에 가서 즐겼던 기억이 있다. 소형 항공기인 50인승 항공기를 타고 팔라완에 있는 아주 작은 공항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항구로 이동하여 배편으로 엘니도를 들어가서 며칠 머물렀었다. 마닐라 공항으로부터 50인승 소형 항공기를 이용한 섬 지역 방문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다.

 

공항 건설이 답보 상태에 있는 흑산도는 주변에 작은 섬들이 많고 특히 쾌속선이 흑산도를 거쳐 해양 절경으로 이름나 있고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홍도를 운항한다. 바로 홍도를 거쳐서  흑산도로 가는 노선도 있다. 서울서 홍도 또는 흑산도까지 가려면 순수하게 교통수단 이용시간 만으로 기차로 목포까지 3시간, 목포에서 배를 갈아타고 2시간 합하여 5시간이 소요된다.


다른 이동시간 등을 감안하면 최소 7시간은 소요되고, 그나마 파도가 높은 시기에는 배에 탑승하기 어렵고 여름휴가 등 성수기 때에는 표를 구하기 어려워 정말 큰마음 먹지 않고는 홍도를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흑산도가 필리핀의 팔라완 군도의 거점 도서인 팔라완이고 우리가 머문 엘니도는 홍도라 볼 수 있겠다. 아열대 필리핀의 엘니도도 나름 절경이지만 우리나라 서해의 홍도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되는 것 같다. 접근만 용이하다면 흑산도 주변 섬들이 좋은 관광 및 휴양자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대형 항공기 위주의 항공의 패러다임에서 50인승 항공기의 수요를 창출하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더욱 다양한 관광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행히도 울릉도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국립공원 위원회 심의를 피해 먼저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흑산도도 심의에 통과할 수 있도록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이 우려하는 것을 해소할 대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공항을 건설하게 되면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관광 서비스가 개발되고 그 편익을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흑산도와 마찬가지로 물론 울릉도에 접근하는 것도 결코 쉽지가 않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강릉 또는 포항을 거쳐 3시간이 소요되는 쾌속선을 타야 하므로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파도가 높은 날씨에는 배편이 중단되고 특히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겨울에는 배를 타기가 매우 어렵다.


배가 운항이 가능한 정도의 날씨라도 보통 사람은 뱃멀미의 두려움을 안고서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한번 멀미로 힘든 상황을 경험한 사람은 다시 방문을 시도하기가 쉽지도 않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이 건설되게 되어 2020년 11월 27일 첫  삽을 뜨는 울릉공항 기공식이 예정되었다. 사업비를 분담하여 터미널 건설을 하고 완공된 후에는 국내 15번째이고 해외 포함 16번째 공항 운영을 담당할 한국공항공사를 대표하여 내가 기공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15번째로 해외에서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할 공항은 에콰도르의 만타(Manta) 공항으로서 조만간 최종 계약식을 갖게 될 예정이다.  

 기공식 바로 전날 오후 2시 배편으로 출발하기로 하였는데 하룻밤을 포항에서 숙박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여유 있는 일정을 잡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있었다. 역사적인 울릉공항 기공식인데 급하게 기공식에 참석했다가 오는 것보다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일정을 변경하였다.


기공식 전날 오전 배를 타기 위해서 이틀 전 오후에 서울에서 KTX 편으로 포항에 도착하여 1박을 하고 아침식사 후에 서둘러 포항 여객선 터미널로 가서 배편에 올랐다. 멀미약도 미리 먹어 두었다.


 행사의 주빈이며 주관기관인 국토교통부 일행들은 오후 배편으로 오겠거니 하였는데 배 창밖으로 국토교통부 일행들이 다급하게 배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국토부 직원들도 하룻밤을 포항에서 보냈나보다 생각했는데 새벽 일찍 서울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오후에는 파도가 높아져서 배가 운항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가 있어 부랴부랴 새벽에 서울서 떠났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오후 배는 역시 출항이 취소되었단다. 오후 배를 이용하고자 하였다면 역사적인 울릉공항 기공식에 사업 당사자로서 참석을 못할 뻔했다. 순간 아차 싶었고 여유를 갖고자 일정을 바꾸자고 한 결정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울릉도에 공항을 건설한다고 하면서 울릉도 상황도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릉도 도동항에 배가 입항하여 접안을 할 때 창밖을 보니 울릉군수님과 먼저 와 있었던 부산지방항공청장과 직원들이 함께 나와 있었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님! 울릉도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과 ‘하대성 경북 경제부지사님! 울릉도 방문을 환영합니다’라고 하는 현수막도 보였다.


울릉공항 건설에 투자도 하고 완성 후 운영을 담당할 한국공항공사에 대한 현수막은 없는 것을 보고 솔직히 섭섭하지는 않았지만 전직 국토교통부 출신으로서 같이 간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내가 국토교통부 행정관리담당관으로 있었을 때는 당시 장관님께서 각종 지역 행사 시에 시공업체 등 민간과 주민들을 행사의 주빈이 되도록 배려를 했었는데 하는 기억이 났다.


하대성 부지사가 배에 타고 있었는지 몰랐는데 조금 늦게 배에서 내렸다. 오랜만인 데다 더더욱이 이런 중요한 행사에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하대성 부지사는 나와 행정고시 36회 동기로서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부단장으로 근무하다 얼마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로 임명되었다. 도지사님이 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날씨가 안 좋아서 변경되었는가 보다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비가 많이 왔다. 행사가 가능할지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같이 갔던 장재호 신공항건설 2부장이  “연락을 받았는데 비 때문에 행사 시작이 늦어질 수도 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식사 후 기다리고 있다 보니 예정된 시간에 행사를 진행한다고 다시 연락이 와서 행사장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이미 보도진 등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에 와 있었다. 울릉군수님을 만났더니 “행사를 늦추려다가 늦춘다고 비가 잦아들 것 같지가 않아서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파도가 높아서 오늘 배가 뜨지 못할 것 같다고 하신다. 설마 이 정도 비에 배가 못 뜰까 하는 생각과 오늘 돌아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기공식을 마치고 오후 2시 배편으로 돌아가는 일정이기 때문이었다.

  

행사시간이 다가오자 비는 조금 잦아들었고 모두들 우비를 입고 행사를 진행하였다. 하얀 우비와 마스크를 쓰고 행사를 하는 모습이 마치 특별한 방역현장 같아 보였던 것은 장기간의 코로나 상황이 가져다준 정신적 후유증이리라!


우리나라 항공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고 국토교통부와 울릉군민의 오랜 염원이었던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우연히도 이런 역사적인 행사에 동참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였다.

 

하대성 경북 경제부지사의 축사에 이어 김병수 울릉군수님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힘차게 연설을 하셨다. 오랜 숙원사업이 착공되는 것에 대한 기쁨과 공항 건설의 의미와 미래의 비전을 말씀해 나가셨다.


지난번 기자단과 공항부지를 촬영하기 위해서 방문한 이후 이번에 두 번째 만나 뵈었지만 정말 진솔하고 열정적인 분이다. 고향은  울릉도가 아니었지만, 경상북도 공무원으로 시작해 울릉도에 정착하여 울릉도 발전을 위해 함께 하셨고 군 의회 의장을 역임한 후 지난 선거에 군수로 당선되셨다고 한다. 외지에서 방문한 우리들을 너무 환대해 주셔서 오히려 미안할 정도였다.


   

버튼을 눌러 축포를 터뜨리는 이벤트를 끝으로 우중 행사는 끝났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설마 배가 출항을 못 하겠느냐 하면서 부랴부랴 예약한 선박 티켓을 구매하려고 저동항으로 향했다.


 시간이 지나면 파도가 더 높아질 것이 예상되어 여객선 출항 시간이 오후 2시에서 12시로 당겨졌기 때문이다. 항구 내 터미널에 도착했더니 육지로 돌아가려는 많은 사람들이 조바심을 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승선 예정시간인 11시가 되니  12시까지 기다려봐야 출항 여부가 결정되고 그때 가서야 승선이 되니 터미널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이 나왔다. 표를 구매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울릉군수님과 최경환 울릉군 군의회 의장님도 참석자들을 배웅하러 나오셨다.


울릉군수님은 지난번 왔을 때도 항구까지 나와서 배웅을 하셨다. 항상 이렇게 뭍에서 사람들이 오면 항구까지 나와서 정성을 다하시는구나 하면서 마음속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비도 많이 그쳤는데 설마 배가 못 뜰까 싶었는데 오늘은 파도가 출항기준보다 높아서 출항이 안된다는 기대를 저버리는 방송 멘트가 나왔을 때 다들 '아휴!' 하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얼굴에 묘한 웃음을 머금었는데 핑곗김에 하기 힘든 울릉도 구경을 좀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혀 이런 상황을 생각하지 못하고 구두만 신고 왔는데 준비를 좀 해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행사 당일은 물론 다음 날에도 항구에 나가 출항 가능 여부를 조바심하면서 기다리는데 파고 0.1m 차이로 출항이 안 된다고 하였다. 겨울에는 거의 운항을 하기 힘들어서 식당의 요리사 등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뭍에 나가 일자리를 찾는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울릉공항 기공식 경험을 통해서야 우리는 울릉군민의 애로사항과 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본의는 아니나 운이 좋게 이틀을 더 머물게 된 우리는 울릉도를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었다. 파도 때문에 울릉도에 더 머무는 것은 결코 운이 아닌 일상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공항이 꼭 필요하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미리 준비하지 못한 운동화도 하나 샀다. 섬이라서 그런지 비싸기는 했다. 우리가 머물렀던 저동항 인근에는 신발가게도 달랑 하나였고 찾기도 쉽지 않았다. 이곳에 살면 불편하기는 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더구나 뭍에 오가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2019년에 방송사에서 촬영을 한다고 해서 국토교통부 실무자들과 한번 다녀갔으나 그때도 일정이 빡빡해서 거의 울릉도를 살펴보지 못하고 갔는데 이번에는 울릉도를 조금은 더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기왕에 성인봉을 오르려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성인봉의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이고 등산을 할 준비도 안 해 왔으며 비도 많이  와서 망설였다.


그러다가 큰 맘먹고 함께 머무르던 직원들에게는 얘기도 안 하고 혼자 성인봉을 오르겠다는 생각에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까지 가기 위해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 기사분이 “어디 가세요?”라고 묻기에 내가 “성인봉 올라가는 입구까지 갑시다!”라고 했더니 “아니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은데 산에 올라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큰소리치며 말하기에 ‘아 뜨거워라’ 싶어 꼬리를 내리고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한편으로는 잘 되었다 싶었는데 내 안의 또 한 녀석은  ‘뭘 그렇게 겁을 먹고 그러냐? 기회가 많지 않은데!’ 하며 면박을 주지 않는가! ‘안전이 제일이지!’ 하며 포기를 하였지만, 날씨가 나빠질 것을 대비해서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 많이 아쉽다.  


 대신 직원들과 함께 저동항 인근에 있는 봉래폭포를 다녀왔다. 봉래폭포 있는 곳에서도 성인봉에 오를 수는 있는 것 같았다.  매표소 직원에게 물었더니 올라가는 길은 있으나 길이 그다지 좋지 않아 위험하다고 하였다. 내가 살펴보더라도 이곳으로는 사람들이 별로 많이 오를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여전히 미련은 남았다.


 날씨가 좋아진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이제는 돌아가겠구나!’  하면서 저동항 방파제로 나갔는데 앞쪽의 사진에서 보듯이 밤새 고도가 높은 성인봉에 눈이 와서 쌓여있는 멋있는 경관을 발견하고 산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하여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저동항 인근 마을과 어우러져서 운치가 있었다. 과연 다시 와서 눈 쌓인  성인봉을 등산할 기회가 있을까 싶다. 겨울에는 배가 제대로 뜨기 어렵다 하니 말이다.

 

 지역이나 해외 출장을 가게 되면 그 지역을 경험하고 나중에 그 경험을 그 지역이나 외국의 사람을 만날 때 얘기하면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항을 담당한다고 공항에만 머물러  업무를 처리하고 올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의 관광자원도 살펴보고 그 지역 사람들을 저녁에 만나 마음 터놓고 이야기도 했으면 한다.


 돌아오는 배를 타고 오면서 3일 전 울릉도에 들어올 때 심하게 멀미를 해서 괴로웠는데 멀미를 또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기공식을 했으니 계획된 기간 내에 완공이 되어서 울릉군민의 어려움도 해소하고 울릉도와 독도 관광이  활성화되어 이 지역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원하였다.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울릉도뿐만 아니라 독도에 대한 접근성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울릉도와 같이 좋은 관광자원이 있는 곳에 공항을 건설하여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많은 사람이 즐기는 한편 관광 활성화로 그 지역 경제발전에 기여도 하고 50인승 항공기의 대중화로 새로운 항공산업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1석 3조의 사업이 잘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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