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순간, 나는 열린 존재가 된다."
"달리는 순간, 나는 열린 존재가 된다."
따뜻한 겨울 주말,
이런 날씨만으로도 삶이 나를 쓰다듬는 기분이 든다.
나는 다시 한 번 세계가 나에게 스스로를 열어 보인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감사함은 감정이 아니라,
세계와 나 사이의 거리가 일시적으로 사라질 때 발생하는 현상적 사건에 가깝다.
프로젝트 1주차를 마치고 집에서 쉼을 누리던 나는,
러닝이라는 반복된 행위 속에서
다시금 ‘나 됨’을 구성하는 실존적 리듬을 찾고자 길을 나섰다.
10km를 향해 내딛는 발걸음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몸이 세계와 맺는 관계방식의 복원이다.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기록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나에게 더 가까이, 더 선명한 방식으로 다가온다는 뜻이다.
달리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나’라는 응고된 자아감은 희미해지고,
대신 호흡·리듬·햇빛·바람이 서로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장 으로 경험된다.
메를로 퐁티의 사상을 재 해석 해보면
몸은 세계 안에 놓인 사물이 아니라
세계를 느끼고 세계를 열어젖히는 살(flesh) 자체이다.
그리하여 달리는 동안 나는
세계의 표면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나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과정 속에 놓인다.
하이데거의 언어로 말하자면,
달리기란
‘나’가 세계를 향해 열리고
세계가 또한 ‘나’에게 와 닿는
상호도래의 사건이다.
그러므로 달리는 동안 느끼는 ‘살아 있음’은
신체적 활력 이상의 것이 아니라,존재의 개방성이 잠시나마 순수하게 드러나는 드문 순간이다.
나는 오늘도
그 열린 순간 한 조각을 품고 돌아왔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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