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보고 쓴 것
무언가는 보고 싶지만 숏폼의 동영상은 멀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리즈물을 보고 있다. 시리즈물은 보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 멀리하는 편이었지만 익숙해지니 또 즐겁다. 올해 여러 편의 시리즈물을 보았는데 연말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미셸 공드리와 짐 캐리의 '키딩'이다. 정극을 하는 코미디 배우들의 얼굴은 언제 보아도 사랑스럽다. 짐 캐리와 스티븐 카렐 등의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은 정말 좋다.
어린이를 위한 인형 극장, 뮤지컬과 코미디적 요소가 가득한 시리즈이지만 '키딩'의 기본 감정은 슬픔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하는, 헤어져야 하는,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 오해받는, 이해받지 못하는, 실망시키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어린이를 위한 인형 극장이라는 기본 세팅이 주는 아름다운 선율과 문장들이 위의 요소들과 만나니 슬픔은 배가 된다. '너무 슬프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 함께 겪어볼까? 사랑스러운 나의 친구야'라고 노래하는 장면이 몇 배는 더 슬프다는 것을 이 시리즈를 보면서 느꼈다.
하지만 공드리와 짐 캐리는 매력을 잃지 않는다.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극을 끌고 가지 않고 현실로의 복귀를 유쾌하게 시도한다. 시즌1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제프가 잠시 사랑에 빠진 비비안을 위해 만든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였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비비안에게 할머니가 된 모습을 선물하며 '그럼에도 삶을 사는 것'에 대해 노래할 땐 이렇게 아름다운 슬픔이 또 있을까 왕창 감동했지만 이 시리즈의 진정한 묘미는 그다음이었다. 비비안은 제프를 결국 배신하고 제프의 모든 가족들(심지어 전 부인의 현 남친까지)이 비비안에게 "FUCK YOU"를 외치는데, 저 미치광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형 극장 과몰입 인간인 제프를 보며 냉소와 부정은 얼마나 쉽고 간단한지, 용서와 사랑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늘 사랑인 것을 택해야 한다고, 쉽게 살려 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예수에 버금가는 제프조차 사랑을 지키기 위해 미치광이가 되어가는 듯한데 나는 오죽할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제프의 말들은 마음을 울린다. '좋은 말이 있을 때는 나쁜 말로 표현하지 않을 것', '미움은 꼭 사람을 응징하지 않는다는 것' 등은 종종 떠올려야 할 것 같은 대사이다.
'키딩'에서 단연 으뜸은 제프였지만 내 최애 캐릭터는 매디이다. 귀엽고 끔찍한 매디. 가장 어린 캐릭터지만 아름다운 미치광이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였다. 셉을 가장 많이 닮은 게 디디나 제프가 아닌 매디이지 않을까 싶기도. 인형 극장 한 가운데서 음침함을 잃지 않는 어린이인 매디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궁금하다.
(스콧을 제외하고, 스콧 극혐) 모든 캐릭터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제프가, 윌이, 셉이, 디디가, 질이, 피터가, 그리고 매디가 내일 아침에 불안 없는 마음으로 눈을 뜨길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