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여자들, 우화, 빈곤과 성장

#01. 읽고 쓴 것

by 썸머

몇 달을 미루다가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를 끝냈다. 책을 띄엄띄엄 읽다 보면 내용을 까먹어서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게 되는데 '시선으로부터'는 몇 달에 걸쳐 읽었음에도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지 않았다. 오랜만에 책을 잡아도 어제 읽었던 책처럼 늘 생생했다.


'시선으로부터'라는 제목을 봤을 때 시선이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심시선씨의 가계도를 보았을 때 약간의 미소를 지었던 듯하다. 비범한 여자였던 심시선과 그에게서 뻗어 나온 또 다른 비범한 여성들.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 하나씩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것을 읽으며 어쩜 이렇게 재미난 글을 쓸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았다.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여성으로서의 고민이 어색하지 않고 조화롭게 녹아있어서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빌려온 권력과 작더라도 내 스스로 이뤄낸 권력의 의미. 작은 꿈을 꾸는 자신이 그것을 원해서인지, 순응적으로 살길 교육받은 여성이기 때문인지 선뜻 내리기 어려운 판단. 재치 있는 글 사이에 눈을 멈추게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정세랑은 어쩜 이름도 정세랑일까.


최근에 읽는 책 중 하나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다. 조지 오웰의 책은 소설이든 수필이든 재미있게 읽은 기억만 있다. 나는 1993년생인데 '1984'를 읽으며 2023년을 떠올리기도 했다. '동물농장'은 그래도 '1984'보다는 덜 우울해서 읽을만하다. 돼지의 재발견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라는 책도 조금씩 읽고 있다. 조은 교수의 '사당동 더하기'가 떠오른다. 빈곤, 학대, 방임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빈곤과 학대, 방임을 겪지 않은 나는 그들과 함께 일할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 직업적인 특성 때문에 꼭 해야 하는 고민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삶의 태도를 구성할 때도 도움이 되는 생각일 듯하다.


술술 읽히는 책이라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다음에 책을 펼칠 때는 아마 다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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